슬픔도 잠시 ‘마지막인데’ 하다 보면 장례비용 ‘눈덩이’ [해피엔딩 장례]

입력 2023-09-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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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3. 정형화된 '삼일장', 장례 비용은 '천차만별'

삼일장에 수백~수천만원…변변한 통계도 부족
품목·조문객 따라 천차만별…장례식장 가격 공시

▲영화 '잔칫날' 스틸컷

영화 ‘잔칫날’의 주인공 경만(하준)은 일하는 도중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한다. 경만은 슬픈 감정을 느낄 순간도 없이 장례 비용 때문에 난처한 상황에 놓인다.

국은 육개장으로 할지 시래깃국으로 할지, 제단 장식은 생화로 할지 조화로 할지, 수의는 어떤 재질로 할지 등. 한 푼이 아쉬운 경만에겐 심사숙고해서 결정해야 할 사안이다. 비싼 장례 비용은 가난한 자의 슬픔마저 유예한다.

삼일장이 정형화돼 있지만 장례 비용은 천차만별이다. 그렇다 보니 장례 비용에 대한 통계도 변변한 게 없는 현실이다. 2015년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것이 고작이다. 당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평균 장례 비용은 1380만 원(조문객 100명 기준)이다. 이후 평균 장례 비용에 관한 공식적인 통계 자료는 찾아볼 수 없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2015년 조사는 일회성이었다”고 답했다.

장례 비용은 보통 장례식장 시설 이용 비용, 묘지 관련 비용, 화장 및 봉안 관련 비용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여기서 장례식장 비용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2023년 기준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의 경우 1일 안치료 6만 원, 위생처리료 9만 원, 염습 입관 30만 원, 입관 20만 원이다. 분향실 및 접객실 이용료는 특실 90만~100만 원, 일반실 20만~80만 원이다.

수도권 소재 대학병원 장례식장 비용은 조금 더 비싸다. 을지대병원 장례식장 경우 임대료는 1일 기준 특실은 180만~270만 원, 일반실은 35만~98만 원이다. 안치료 7만 원, 염습 입관 40만 원, 입관 30만 원이다.

수의는 가장 비싼 품목이 170만 원(대마 100%)이고, 가장 저렴한 수의는 면과 폴리에스테르가 반반 합성된 재질로 20만 원이다. 제단 장식은 50만~350만 원까지 가격대가 다양하다. 제사상은 20만~27만 원이다.

목관은 가장 저렴한 품목이 25만 원이고, 가장 비싼 품목은 향나무 2단으로 150만 원이다. 관보는 8만 원, 명정은 4만 원, 혼백은 5000원이다. 장의 차량 이용료는 40만~50만 원이다.

이 같은 비용을 감안하면 가장 저렴하게 삼일장을 치른다고 해도 장례식장 비용만 500~600만 원이 소요된다. 아무리 줄여도 수백만 원이 들어가는 셈이다. 분향실, 음식, 제단 등을 최고급으로 할 경우 수천만 원은 기본값이다.

을지대 장례식장 관계자는 “예전에는 장례식장에서 ‘바가지 씌운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요즘에는 다 이렇게 가격을 공시한다. 어느 장례식장을 가도 마찬가지”라며 “오명을 썼던 가격 부분은 최근에 와서 많이 정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장례 비용을 슬기롭게 지출하자는 인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장례 비용에 대한 고민은 자연스럽게 장례 방식의 다양화로 이어진다. 장례식 장소만 변경해도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원혜영 웰다잉문화운동 공동대표는 “비싼 수의를 꼭 입어야 할까. 수의보다 내가 평상시에 자주 입던 옷을 입고 장례를 치르는 게 더 좋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집에서 죽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 병원에서 죽고 이후 의사가 사망 진단을 내리면 고인을 장례식장에 모신다”며 “이 과정이 한편으로는 비즈니스화돼 있기 때문에 유족 입장에서는 비용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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