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출수수료를 둔 홈쇼핑과 유료방송사업자 간의 갈등이 격화되자, 올 3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송출수수료를 산정 시 상호협의 기준을 담은 송출수수료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사업자별로 해석이 다르고 강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가이드라인에 대해 볼멘소리다.
17일 본지가 자문을 구한 전문가들은 송출수수료를 둘러싼 해묵은 갈등 해소를 위해선 유료방송사업자와 홈쇼핑업체 모두 한발씩 양보하며 상생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넘어 실질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송출수수료 계약이 사적 영역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유료방송사업자가 좀 더 우월한 지위를 가지고 있어 불합리하게 수수료가 정해질 수도 있다”며 “이대로 두면 송출수수료가 불합리하게 올라가는 상황이 되풀이될 것”이라고 현재 상황을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앞서 정부가 내놓은 가이드라인은 한계가 많다는 지적이다. 과기부는 △공정한 자율협상 등 협상 절차 개선 △대가 산정 시 고려요소 규정 △협상 진행 시 전년도 계약 적용을 통한 계약 안정성 제고 등의 내용을 담은 ‘홈쇼핑 방송채널 사용계약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기존에 유료방송사업자의 일방통보 방식이었던 계약절차·방법으로, 구체적인 대가 산정 기준은 유료방송사업자와 홈쇼핑사업자가 상호 협의해 결정하는 것으로 각각 바뀌었다.
특히 대가 산정 시 △홈쇼핑 방송을 통해 판매된 방송상품 판매총액의 증감 △유료방송 가입자 수 증감 △모바일·인터넷에서 판매된 방송상품 판매총액 및 시청데이터 등 그 밖의 홈쇼핑방송과 관련된 요소의 증감 등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다는 게 맹점이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기부의 가이드라인은 법적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정부가 송출수수료 문제를 컨트롤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꼬집었다.
정부 가이드라인에 강제성을 부여하고 최저임금위원회처럼 정부 관계자나 전문가가 참여해 적정 수수료를 정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분쟁 조정 위원회 같은 것을 만들면 송출수수료를 적정 수준에서 정할 수 있다”며 “최저임금위원회처럼 최대한 토론하고 협상을 거치되 정부‧전문가 위원 등이 최종 결정을 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방법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도 “홈쇼핑과 유료방송사업자는 상생해야 한다”며 “홈쇼핑 측이 유료방송사업자들보다 협상력이 약한 만큼 정부가 제도적으로 송출수수료 기준을 세우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공정위가 매년 주요 유통업체들의 판매수수료율을 공개하는 것처럼, 송출수수료율을 공개하는 것도 갈등해소의 해법이라는 주장도 있다. 송출수수료가 공개되면 사회적인 비판 등을 걱정한 기업들이 스스로 수수료율을 낮출 가능성이 있다는 것. 이 교수는 “송출 수수료를 매년 공개하게 하는 공시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며 “유료방송사업자에게 이렇게 압박을 주면 수수료 상승 억제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도 “정부는 유통업체들이 판매수수료를 밝히도록 강제하는데 송출수수료도 그렇게 할려면 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기업들을 압박하는 방식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