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 위기인데…지역 일자리 예산 대폭 삭감 [단독]

입력 2023-09-1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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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도형 청년 일자리 사업, 1237억 원 삭감…직접일자리 감축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역 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 현상으로 지방소멸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내년도 지역 일자리 관련 예산을 대폭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주도의 직접 일자리 규모를 줄이려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삭감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지역경제를 뒷받침하는 일자리 예산이 줄어들게 되면 지방소멸 위기를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4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청년들의 지역 정착을 지원하는 '지역주도형 청년 일자리 사업' 예산은 올해 1993억5300만 원에서 내년도 756억5000만 원으로 1237억300만 원(62.1%) 삭감됐다.

지역주도형 청년 일자리 사업은 행정안전부가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만 39세 이하 미취업 청년을 대상으로 사업 기간 해당 지자체에 거주하는 것을 조건으로 인건비·창업비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사업의 목적이 '청년 지역정착' 및 '지역소멸 완화'와 관련돼 있어 다른 일자리 사업과는 차별화된다.

해당 사업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총 11만7000개의 청년일자리 창출을 지원했으며, 2단계 사업기간(2022~2024년)에는 7만8000개 이상의 청년 일자리 창출 지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행안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사업 참여자의 정규직 전환율은 66.5%, 전입자의 비수도권 전입비율이 95.0%에 달하는 등 주요 지표에서 높은 성과가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으로 해당 사업에 총 3만2700명의 청년이 참여해 목표치(2만5900명)를 126.3% 달성했다.

지난해 지역주도형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A 씨는 "이 사업은 청년들에게 정착지원금을 제공해 지역에 정착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며 "관련 예산을 삭감할 경우 지원금을 베이스로 하는 기업들이 힘들어질 것이고, 지원이 없으면 지역으로 이전해 취업할 청년이 많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취약계층 범주에 속해 있는 청년으로서 이러한 지원금이 매칭이 돼야 하는 게 당연한데 너무 급하게 축소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고용노동부가 지원하고 있는 '지역산업 맞춤형 일자리 창출 지원 사업' 예산도 1475억400만 원에서 내년도 1011억6200만 원으로 463억4200만 원(31.4%) 줄었다. 해당 사업은 고용부와 지자체가 재원을 나눠 부담하는 일자리 지원사업으로, 지자체가 지역 특성에 맞는 일자리 사업을 제안하면 고용부가 이를 심사해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된 곳에 사업장을 신설·이전·증설해 해당 지역 거주 구직자를 채용한 사업주에게 지원금을 지급하는 '지역고용촉진지원금' 예산 또한 201억2700만 원에서 내년 95억1100만 원으로 106억1600만 원(52.7%) 삭감됐다.

지역 일자리 관련 예산은 정부 주도의 직접일자리(재정일자리) 규모를 줄이려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삭감된 것으로 분석된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초 발표한 '제5차 고용정책 기본계획'(2023∼2027년)에서 "그동안 우리 일자리 정책은 현금 지원, 직접 일자리 확대 등 단기·임시 처방으로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는 선택을 해왔다"며 직접일자리 유사·중복 사업을 통폐합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정부 기조는 재정일자리 사업일 경우 조정을 하자는 입장"이라며 "(사업의) 중복성도 없애고, 예산 집행의 효율성도 높이는 방향으로 정리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고용위기지역이 줄면서 지역고용 촉진 지원금은 줄었고, 빈일자리 청년 취업지원금은 늘면서 전반적으로 (예산이) 약간 줄었다"고 설명했다.

▲'2023 부산 우수기업 채용박람회'가 열린 6일 부산 남구 부경대 실내체육관에서 구직자들이 채용정보게시대를 살펴보거나 이력서 등을 작성하고 있다. (뉴시스)

최근 '이권 카르텔'을 근절하기 위해 국고보조금을 철저히 관리하라는 윤 대통령의 지시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국무회의에서 "민간단체 보조금이 지난 정부에서 2조 원 가까이 늘어나는 동안 제대로 된 관리·감독 시스템이 없어 도덕적 해이와 혈세 누수가 만연했다"며 "부정과 부패의 이권 카르텔은 반드시 부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이 6월 발표한 '비영리 민간단체 보조금 감사결과'에 따르면, 충남의 B 단체는 지난해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사업을 수행하면서 이미 다른 청년일자리 사업에 참여해 지원금을 받고 있는 사람을 지원대상으로 중복 선정하고 창업 지원경비 1650만 원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읍시 C 청년지원센터는 지난해 같은 사업을 수행하면서 이미 창업을 했거나 다른 지원사업에 중복 참여 중인 사람을 지원 대상으로 선정하고 창업지원경비로 4722만 원을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직접일자리 축소 등을 이유로 지역 일자리 관련 예산을 삭감했지만, 지역소멸 위기는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내놓은 '지방소멸 위험지역의 최근 현황과 특징'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전체 228개 시·군·구 중 52%(118곳)가 소멸 위험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118개 소멸위험지역 중 인구의 순유입이 발생한 지역은 30곳이었지만, 이 중 4곳에서만 청년 인구 순유입이 발생했다. 특히, 경남 하동군과 충북 영동군은 지난 5년간 청년 인구 순유입률이 각각 -42.0%, -40.1%로 청년 인구 유출 폭이 가장 컸다.

지방의 청년 일자리 또한 큰 폭으로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발표한 '2022년 지역별 청년(15∼29세) 고용 동향의 주요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청년 고용률 1~3위는 서울(52.2%), 인천(50.1%), 경기(49.9%) 등 수도권 지역이 차지했다. 반면, 청년 실업률은 지난해 상반기 전남(10.3%)·강원(9.5%)·울산(9.4%) 등 비수도권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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