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ㆍ배ㆍ차’만 담는 외국인…업종별 부익부빈익빈 심각

입력 2023-09-07 15:48수정 2023-09-07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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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인 6~8월 순매도 전환 가운데 삼성전자·SK하이닉스 3조 쇼핑
현대차·모비스·기아도 8800억원…이차전지 코스피 팔고, 코스닥 사고
주도업종 기대에 쏠림 지속될 듯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14조 원. 올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를 순매수한 금액이다. 외국인은 SK하이닉스도 2조 원 이상 사들였다. 올해 외국인이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순매수한 금액은 약 11조 원이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순매도인 셈이다. 그만큼 반도체 편식이 심했다는 말이다. 외국인의 특정 업종 ‘쏠림 현상’은 반도체에 이어 이차전지, 자동차로 확산하며 짙어지고 있다. 외국인의 쏠림 현상에 따라 업종별 주가 편차가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외인 6~8월 순매도에도 3조원 반도체 쇼핑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해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10조7000억 원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올해 강한 매수 기조를 이어오다 6월 이후 매수세가 둔화했다. 외국인은 낮은 국내 증시 밸류에이션, 수출 업황 회복 기대 등에 1~5월 11조7000억 원을 순매수했다.

그러나 이차전지 업종 주가 과열에 따른 차익실현, 중국경제 성장 둔화와 부동산 불안 등으로 6~8월에는 1조6000억 원(약 16조4000억 원) 순매도 전환했다. 8월 말부터는 중국 경기 부양 기대, 미국 경제 연착륙 전망 등이 강화되면서 외국인 자금이 다시 들어오기 시작했다. 9월에만 외국인은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5758억 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문제는 외국인의 ‘편식’이다. 특히 반도체 주식으로의 쏠림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 외국인은 순매도세가 이어진 6~8월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2조4470억 원, 8170억 원어치 담았다. 두 종목은 올해 외국인 순매수 상위 1,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반도체 업황 저점 통과 인식과 하반기 회복 전망 등으로 주요 반도체 주식을 순매수한 것으로 보인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가들의 반도체 편식이 심할 때가 과거에도 있었다. 2013~2014년과 2019년이 그랬다. 외국인 투자가들이 매수우위를 보였으나, 반도체를 제외하면 매도우위였다”며 “올해가 훨씬 편식 정도가 더 심하다”고 말했다.

▲코스피가 소폭 상승 마감한 30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9.06포인트(0.35%) 오른 2561.22를 가리키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車·이차전지 수출업종 쇼핑 리스트에

반도체를 비롯해 자동차와 이차전지 등 주력 수출업종으로의 외국인의 매수 기조가 지속되는 점도 외국인 투자의 주요 특징이다. 외국인은 6~8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기아를 각각 5380억 원, 2020억 원, 1400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운수장비 업종 전체로는 1조3000억 원 이상이 몰렸다. 국내 완성차 업체의 북미 시장 판매량 증가와 이에 따른 상반기 호실적, 적극적인 인도 시장 진출 전략 등이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

이차전지 업종은 코스피와 코스닥의 흐름이 엇갈린다. 외국인은 이차전지 종목 주가가 과열하자 코스피 시장에서 대규모 물량을 출회한 반면, 코스닥 시장에서는 대규모 순매수로 대응했다. 이차전지 관련 종목 주가가 급등한 7월 외국인은 포스코홀딩스, LG화학, 삼성SDI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3개 종목만 약 5조1000억 원 순매도했다. 반면, 같은 기간 코스닥 시장에서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포스코DX에 2조2000억 원가량 순매수했다. 이 영향으로 7월 외국인의 코스닥 순매수 금액은 2조8000억 원을 기록하며 월간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국제금융센터는 “공매도 숏커비링(공매도 상환을 위한 환매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스탠다드 지수 편입 등에 대한 대응으로 해석된다”며 “최근 코스닥 시장 내 이차전지 쏠림 현상, 레버리지 투자 급증 등 과열 현상을 경고하는 해외시각이 증가함에 따라 향후 외국인 매물 출회 가능성이 잠재해 있다”고 평가했다.

외국인 수급 따라 특정 업종 선호 현상 지속

외국인 투자금의 쏠림 현상은 국내 증시의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도 있다. 국내 증시의 투자자별 주요 수급 주체 가운데 코스피 향방에 미치는 영향력이 가장 큰 탓이다.

외국인 주식자금과 코스피의 상관관계는 코로나 기간(2020~2021년) 연계성이 크게 낮아졌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로는 재차 높은 상관관계를 회복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연중 외국인의 누적 순매수와 코스피 간 상관관계는 0.9로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기관과 개인은 각각 -0.44, -0.78로 낮은 수준이다.

코스피 등락률도 대체로 외국인 주식자금 방향에 연동돼 움직였다. 외국인 순매수가 이어진 1~5월에는 코스피 지수가 15% 상승했지만, 순매수가 약해진 6~8월에는 1%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중국경제 불안 해소와 신흥국 선호 재개가 뚜렷해지기 전까지는 국내 주식업종 전반에 대한 외국인 대규모 수급 개선보다는 특정 업종에 대한 제한적 선호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양해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눈치보기 속에서도 외국인 매수세가 있는 업종은 매수 재개와 함께 주도업종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반도체의 경우 3분기 실적 개선은 뚜렷해지고 있어 실적 시즌이 가까워지면 기대가 매수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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