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5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이재명 당 대표를 찾아 ”(당) 대표가 큰 결단을 해서 국민들도 굉장히 주의 깊게, 경각심을 가지고 보고 있다“며 격려했다.
이 고문은 이날 오후 3시 30분쯤 이 대표가 단식 투쟁을 하고 있는 천막을 찾아 30분가량 대화를 나눈 뒤 당대표실로 이동해 30분 정도 비공개 대화를 나눴다.
천막에서 이 고문은 “국회에서 법을 만들면 시행령으로 부숴버리고, 대법원에서 강제징용 판결을 내면 대리변제 해버리고, 헌법재판소에서 야간집회를 허용하면 현장에서 막는다”며 “헌법 체계가 무너지고 있다”며 꼬집었다.
이 대표도 이에 동의하며 “상식적인 국민을 존중하고, 상대를 인정하고, 서로 경쟁을 통해 나은 길을 찾는 정치가 아니라 싹 다 제거하자, 무시하자 대놓고 그런 전략으로 가는 듯하다”고 맞장구쳤다.
두 사람은 경제가 우려스럽다는 부분에서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 고문이 “경제가 보이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 국가재정이 이렇게 부실할 수가 없다”고 지적하자 이 대표는 “경제 문제에는 관심도 없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이 고문은 “국가 체계에 대한 이해가 없다”며 “대통령이든, 국무총리든, 장관이든 손 댈 수 있는 게 있고 못 대는 게 있다”며 “아무거나 손을 대고 그러니 법인세 감면해주는 등 세수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안 줄여야 할 걸 자꾸 줄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2009년 7월쯤 김대중 대통령이 돌아가시기 전에 정세균 대표, 문재인 대표 등 몇 사람과 점심을 먹었다”며 “이명박 정부 집권 1년 좀 지나서 경제가 무너지고,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한반도 평화가 무너진다고 걱정하면서 벽에 대고 욕이라고 하라고 하신 말씀이 기억난다. 지금이 딱 그 지경”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도 ‘총체적 위기’, ‘파시즘’, ‘연성 독재’ 등의 단어를 쓰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 고문은 비공개 면담을 마친 뒤에는 별다른 소감을 밝히지 않은 채 국회를 떠났다.
앞서 오전에는 함세웅 신부를 비롯한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신부들이 찾아와 이 대표와 면담을 가지기도 했다. 함 신부는 “이 대표가 시련을 잘 견딜 수 있도록 도와 달라”며 “불의한 정치인들이 득세했다. 우리 공동체가 이 어려운 시기 잘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을 달라”고 기도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날 오후 1시 40분쯤에는 김태랑·김장근·김철배·유용근·최봉구 고문 등 당 고문단이 이 대표를 찾아와 “촛불집회로 이런 투쟁은 끝날 줄 알았는데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대통령이 국민과 싸우려고 하니 국민이 들고 일어나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