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이사 선임 의무화 규정에도 자본법 적용 대상 8개사 '女 0명' [유리천장-현실의 벽]

입력 2023-09-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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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사외이사가 93%, 내부 여성인재 육성하려는 노력 뒷받침돼야

지난해 8월부터 이사회에 여성 이사 1인을 의무적으로 포함해야 하는 새 자본시장법이 시행됐지만, 적용대상 기업 중 8곳은 여성 이사를 한 명도 선임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인 제재가 없어 강제성이 떨어져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한국ESG기준원이 발표한 ‘국내 여성이사 선임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자본시장법 적용 대상 기업 180곳 중 8곳은 여성 이사를 선임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사회에 여성 1명을 선임해야 한다는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않은 것이다.

지난해 8월 개정된 자본시장법 제165조의20(이사회의 성별 구성에 관한 특례)에 따르면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주권상장법인(금융회사의 경우 자본총액과 자본금 중 큰 금액으로 함) 중 이사회가 남성 이사로만 구성된 기업의 경우 최소 1인 이상의 여성 등기이사를 의무적으로 선임해야 한다.

실제 법으로 정례화한 이후 여성 이사는 눈에 띄게 증가했다. 2019년 여성 이사를 선임한 상장기업 수 409개사(19.22%)였다. 올해 1분기에는 677개사(28.91%)까지 늘었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여성 직위 대부분이 사외이사에 국한돼 있다. 같은 기간 여성 사내이사 수가 20% 증가한 데 반해 여성 사외이사의 수는 3.5배 수준으로 늘어난 것이다.

자본시장법 준수를 위해 단기간 내 여성 임원을 선임할 때 사내이사보다 사외이사로 영입하기가 더 쉽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결국, 계약직 외부 인사를 사외이사로 앉히는 임시방편일 뿐 내부 여성 인재 육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들이 법적 요건을 쉽게 충족하기 위해 성별 외에 다른 요건을 고려하지 않고 여성 사외이사 1인을 형식적으로 선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현지 한국ESG기준원 책임투자본부 책임투자팀 연구원은 “이사회 관점의 다양성을 증가시키기 위해 기업에 필요한 전문성을 보유한 외부 여성 인사를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기업의 현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는 내부의 여성 인재를 육성하려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자본시장법을 위반하는 경우 벌금이나 시정명령 등의 구체적인 제재가 규정되지 않은 점도 한계로 꼽힌다. 구 연구원은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인한 기업 명성 훼손 및 투자 배제 등의 부정적 영향이 기업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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