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환 통신원 chehot@naver.com
포르투갈로 이민을 가자고 했을 때 아내는 그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몰랐다. 그만큼 한국에서는 낯선 나라다. 유럽의 남서부에 위치한 포르투갈은 위도상 위치나 면적이 한국과 비슷하지만 인구는 5분의 1 수준인 약 1000만 명. 한국이 유라시아대륙의 동쪽 끝이라면 포르투갈은 서쪽 끝으로 두 나라 사이의 거리는 대략 1만400km다. 비행기 직항편이 없어 제3국을 거쳐야만 입국할 수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코임브라는 포르투갈 3대 도시라고 하는데 리스본, 포르투를 제외하면 고만고만한 규모의 도시들이라 순위를 매기는 게 무의미하다. 포르투갈엔 같은 언어를 쓰는 브라질이나 앙골라, 모잠비크 등에서 온 이민자들이 많지만 아시아 사람들은 드물다. 특히 아시아인은 중국계가 대부분이라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더 관심을 받는다.
현지인들은 ‘왜 포르투갈에, 그것도 코임브라에 왔느냐’고 많이 물어본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3700달러(세계은행 통계, 2021년 기준)로 세계 30위권이지만 다른 서유럽 국가들보다 낮아서 젊은이들이 더 좋은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나가려하기 때문이다.
나는 왜 포르투갈을 선택했을까? 사실 따지고 보면 자금사정이 많이 좌우했는데. ‘돈’ 얘기를 하면 이 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조심스러워 처음엔 “멀리 한국을 떠나고 싶었고, 이곳 자연환경이 너무 아름답잖아”라고 교과서 같은 답을 내놓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속마음을 숨긴들 무슨 필요가 있을까 싶어 이젠 사실대로 말해버린다.
“난 열심히 일했고 이젠 휴식이 필요해. 그런데 가진 돈이 넉넉하지 않아. 유럽에서 살기 위해선 진입장벽이 낮은 포르투갈이 최선의 선택지였어. 리스본이나 포르투를 가고 싶었지만 코임브라가 그나마 아이들 학비가 저렴한 편이야, 그래서 이곳에 오게 됐지.” 이렇게 조금 구체적으로 말하면 “환영해, 잘 적응하길 바랄게”라며 응원을 해준다.
순박하고 ‘한(恨)’이라는 DNA를 품은 사람들, 포르투갈인과 한국인은 정서적으로 닮은 구석이 있다. 외국인에게 개방적이며 인종차별도 덜하다. 한국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먼저 다가와 인사하고, 얼굴을 익히면 ‘아미구(amigo·친구)’하며 손을 흔든다.
언어 장벽 때문에 많은 얘기를 나누기 어렵지만 번역기를 돌리고 손짓 발짓해가며 미소로 서로의 마음을 읽는다. 뭐라도 도와주려고 애쓰는 그들이 고마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사진은 몬데구강가에서 바라본 코임브라 중심지. 언덕 위 큰 건물이 1290년에 설립된 코임브라대학교다. 코임브라(포르투갈)=장영환 통신원 cheho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