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그룹은 핵심 계열사들의 투자 확대로 재무 부담이 증가한 것과 달라 통합신용도는 감내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됐다. 한국기업평가는 대규모 투자가 다시 추가될 경우 한화그룹의 재무 안정성이 저하돼, 신용도 하향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25일 한국기업평가(KR)에 따르면 전날 KR은 '2023 KR 그룹 분석 웹세미나'를 열고 한화그룹에 대해 "현재로써는 신용도상 하향 모멘텀이 크지 않고 주력사들이 투자 부담을 감내할 것으로 보인다. 그룹 확장에서 정비로의 전략 전환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화그룹은 에너지, 탄소 중립, 방산, 우주항공 등 신사업 분야를 포함한 국내외 투자에 향후 5년간 총 37조6000억 원을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는 폴리실리콘 부문 한화, 한화솔루션과 위성통신기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4000억 원씩 투입한다. 태양광, 풍력 등 에너지 부문인 한화솔루션에 3조2000억 원을 투자한다.
최주욱 한국기업평가 평가1실장은 "한화그룹의 투자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2022년 발표된 한화오션의 인수"라며 "올해 들어서는 한화솔루션의 미국 태양광 투자"라고 짚었다.
이어 "한화 오션은 최근 2조 원의 증자를 발표했다. 그룹이 보유한 지분이 48% 정도여서 우리 사주 배정분을 제외하면 한화오션의 주주인 계열사들의 유출액 합산은 약 7700억 정도라고 추정한다"고 부연했다.
올해도 한화그룹 계열사들은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혔다. 한화오션 인수를 제외하고 향후 3년간 약 18조 원의 투자 및 인수를 예정하고 있다.
한화케미칼, 태양광 등을 중심으로 기존 주력 부분을 보강하는 투자가 이어질 예정이며, 한화오션 역시 증자 대금으로 친환경 선박 개발이나 인수 등을 계획 중이다.
최 평가1실장은 "문제는 이러한 투자가 그룹 핵심 계열사 신용도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주요 계열사별로 한국기업평가의 등급 변동 요인의 핵심 재무제표를 보면, 지난 6월 말 기준으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제외한 계열사들이 하향 변동 요인의 조건에 근접하거나 충족한 상태"라고 짚었다.
계열사별로 보면 한화솔루션은 미국 증설 투자를 발표하면서, 올해 반기 기준 순차입금/EBITDA가 3.7배로 등급 하향 변동 요인의 조건에 부합했다.
한국기업평가가 제시한 한화솔루션의 하향변동요인은 3.5배가 기준이다. 다만 2024년부터는 영업현금 창출력이 개선될 전망으로, 신용도 방어가 가능할 것으로 봤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오션의 최대 주주로 등극하면서, 최근 그룹의 공격적 확장 정책에 실질 주체가 되고 있다. 올해 5월, 인수 자금 유출로 한화에어로의 순차입금은 1조5000억 원까지 증가했다. 추가 증자금까지 감안하면, 연말 순차입금은 2조 원 내외로 예상된다.
최 평가1실장은 "최근의 투자 기조가 계속될 경우 신용도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화 에너지 역시 재무안정성이 단단한 편은 아니다"라며 "앞으로도 종속법인인 한화 임팩트의 재무 여력을 그룹이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한화 그룹의 하반기는 안정적인 방위사업 부문의 수주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어, 재무적 완충력은 보완되고 있다. 향후 투자 계획을 발표하더라도 주력 계열사들의 재무 안정성을 훼손할 정도의 투자보다는 자금 조달 방안을 함께 고려하는 투자가 단행된다는 시각이다.
조선 부분은 하반기부터 수익성이 점진적으로 개선돼 올해 4분기부터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1년 한화오션은 파업, 공정지연, 원가 상승 등으로 당기순손실이 지속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인건비 또는 기자재가 등 제반 원가에 대해 높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수익성을 제한했다.
최 평가1실장은 "한화오션의 흑자전환 시기는 실질적으로는 다른 조선 3사에 비해서는 좀 늦다"라며 "저가 물량 소진이 조선 3사 중에서 가장 늦어지고 있는 게 제일 큰 이유"라고 짚었다. 다만 "주력 선종을 중심으로 양호한 수주 여건이 지속되고 건조량과 고성과 프로젝트 비중이 확대되면서 매출이 점차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기업평가는 향후 한화그룹의 투자기조와 재무 안정성 관리 방안 등을 모니터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