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25일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부실 운영 책임을 묻는 현안질의가 예정됐으나, 국민의힘 측과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의 불참으로 회의가 사실상 파행됐다. 회의에 나오기로 한 김 장관의 불출석에 국회의원들이 장관을 찾아다니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회의가 예정됐던 9시, 국민의힘 여가위원들과 김 장관은 회의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들은 참고인 채택을 놓고 합의가 되지 않았다며 회의를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전날부터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애초에 합의되지 않은 김용현 경호처장을 부르자는 무리한 요구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여가위 야당 간사인 신현영 의원은 이날 오전 “김 처장을 제외했지만, 여당이 최종 협상을 거부했다”고 반박했다. 회의 시간에 맞춰 위원장실에 모인 민주당 위원들은 “장관은 의무 출석자”라며 “이런 경우가 어딨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9시 23분쯤 민주당 위원들은 김 장관이 국회에 있으면서도 나타나지 않는다며 그를 찾아 나서기도 했다. 위원들이 국회 본청 5층 회의실 앞에서 조민경 여가부 대변인에게 김 장관이 어딨는지를 묻자 그가 화장실로 피신하기도 했지만, 이들은 조 대변인을 데리고 나와 재차 장관이 있는 곳을 물었다. 이들은 3층 국무위원 대기실까지 가서 김 장관을 찾았으나, 이곳에도 그는 없었다.
이런 와중에 여가부는 문자로 “김 장관은 여가위 불참 통보를 한 적이 없다”며 “참고인 합의가 되지 않아 여당의 출석이 확정되지 않았고, 이에 국회에서 출석 대기 중”이라고만 공지를 했다.
9시 36분, 민주당 위원들만 참석한 상태로 회의가 시작됐지만 주무부처 수장과 관계자들 그리고 여당 위원들이 없는 상태에는 현안질의도 법안 논의도 사실상 불가능했다.
권 위원장은 “확정된 회의에 장관이 불참하고, 경내에 있음에도 참고인 문제로 불참한다는 태도는 국민을 능욕하고, 국회를 무시하는 태도”라며 “김관영 전북지사는 참고인으로서 잼버리 문제를 제대로 밝히기 위해 아침부터 와 대기 중”이라고 강조했다.
신 간사도 김 장관을 향해 “이런다고 잼버리 책임 사라지지 않는다”며 “신림동 성폭행 살인사건 등 신체적‧사회적 약자를 향한 묻지마 범죄에 대한 여가부 정책도 매우 중요하다. 이런 때 잠수 타버린 여당과 여가부 그냥 묵인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회의에서는 김 장관 해임 건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장경태 위원은 “잼버리 관련 현안을 차치하고라도 현안이 많다”며 “위원장께서 장관에 귀책 사유를 물어 고발을 검토하거나, 상임위 차원에서 해임 건의를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야당 위원들은 김 장관 출석을 공식적으로 요구하기 위해 ‘국무위원 출석 요구의 건’을 상정해 의결한 뒤 한 시간가량 정회했다. 출석요구서를 전달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김 장관의 위치가 파악되지 않아 상임위에서 직접 실물 출석요구서를 전달할 수가 없었다. 이에 상임위 측에서 행정실로 전달해 행정실에서 여가부 측으로, 여가부가 받아 김 장관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김 장관은 출석요구서를 받은 후에도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고, 정회 후 11시 43분쯤 낮 12시 17분 산회했다. 권 위원장은 “파행 유도한 여당의 무책임과 출석요구까지 무시한 장관을 향한 분노를 참을 수 없는 상태”라며 “해임 건의 문제도 다시 한 번 진지하게 논의해 추진할지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기본소득당 소속 용혜인 위원은 “김 장관이 (잼버리 관련해) 계속 거부하면 한덕수 총리 출석을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여가위 파행으로 잼버리 사태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기회가 16일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이어 두 번째로 무산됐다. 특히 이날 여가위 회의에서는 ‘2022 회계연도 결산안’과 양성평등기본법·한부모가족지원법 개정안 등 법안 심사도 예정됐으나 해당 안건들은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