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첫 경선 토론회, 트럼프 빠진 자리 승자는 ‘루키’ 라마스와미?

▲비벡 라마스와미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가 23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폭스뉴스가 주최한 공화당 경선 토론회에서 참가해 손으로 '브이' 표시를 하며 웃고 있다. 밀워키(미국)/AFP연합뉴스

미국 공화당의 내년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당내 경선 첫 토론회가 23일(현지시간) 개최됐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경선 후보 중 압도적 1위를 달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불참한 가운데 나머지 8명 후보가 외교정책에서부터 경제, 낙태, 교육 문제를 두고 치열하게 설전을 펼쳤다.

미국 중부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것은 최연소 후보인 비벡 라마스와미(38) 전 로이반트 사이언시스 최고경영자(CEO)였다.

라마스와미는 트럼프 대항마로 불리며 평균 지지율 2위를 기록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 함께 토론회 무대 가운데 자리를 차지했다. 라마스와미는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이날 토론에서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 등의 주요 공격 대상이 됐다. 이 자리에서 헤일리 전 주지사는 “라마스와미는 외교 정책 경험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그는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에 넘겨주고 싶어 하며 중국이 대만을 가져가도록 하고 싶어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크리스티 전 주지사도 그를 향해 “오늘 밤 챗GPT처럼 들리는 사람의 말은 오늘 밤 충분히 들은 것 같다”고 비꼬기도 했다.

하지만 영국 BBC는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라마스와미가 토론회를 지배했다”면서 “활짝 웃는 얼굴과 재빠른 입담으로 무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유일한 후보자”라고 평가했다. 미 CNN방송 칼럼니스트 질 필리포비치도 “공화당 토론회에 활력을 불어넣었다”고 평가했다.

반면 2위 주자 디샌티스는 눈에 띄는 순간 없이 단조로운 퍼포먼스를 보였다는 박한 평가를 받았다. 특히 사전에 연습한 듯한 말만 반복해 크리스티 전 주지사로부터 “미리 캔에 넣어온 답변”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토론회에 트럼프는 없었지만, 공화당 내 트럼프의 존재감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 자리라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죄 판결을 받아도 그가 당선된다면 후보로서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 디샌티스 주지사, 라마스와미 후보,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헤일리 전 주지사 등 6명의 후보는 찬성 입장을 밝혔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한 가정집에서 23일(현지시간) 한 시청자가 TV에는 공화당 대선후보 토론회를 켜놓고 스마트폰으로는 토론회와 같은 시간에 엑스(X·구 트위터)에서 공개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인터뷰를 지켜보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미국)/EPA연합뉴스

블룸버그는 “디샌티스 주지사를 비롯한 대부분의 공화당 후보들이 ‘트럼프 때리기’를 피하려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트럼프를 비난하면 유권자들에게 소외당할 수 있다고 인식해 트럼프 대신 조 바이든 대통령을 저격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크리스티 전 주지사는 토론회 현장에서 트럼프를 비판하는 발언을 했다가 야유를 받았다. 그는 트럼프를 겨냥해 “우리는 자신의 정치적 커리어를 위해 헌법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을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라마스와미 후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21세기 최고의 대통령”이라며 가장 적극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한편 폭스뉴스 간판 앵커였지만, 음모론 전파 등으로 쫓겨난 터커 칼슨은 토론 시간에 맞춰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인터뷰를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공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당 인터뷰에서 자신의 높은 지지율을 지적하며 “토론회에 나오지 않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2020년 대선 부정 의혹을 거듭 주장하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서는 “역대 최악의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리얼클리어폴리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평균 지지율은 55%로 2위 디샌티스의 지지율(14%)과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3위는 7% 지지율을 확보한 라마스와미였고, 4위는 펜스 부통령(4%)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