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손된 기업…총성없는 전쟁 시작됐다 [기업금융 전쟁①]

입력 2023-08-22 05:00수정 2023-08-22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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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형 시중은행들의 기업 고객 유치전이 뜨겁다. 지주회장과 은행장까지 직접 사무실을 박차고 현장으로 뛰어들 정도다. 조직 확대와 인력 충원은 물론, 거래 기업들과 함께 해외로 진출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새로 선장이 바뀐 금융지주와 은행을 중심으로 한 공격적인 행보에 기업금융 판도도 서서히 바뀌는 모양새다. 가계 영업 한계에 부딪힌 은행들의 총성없는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주요 은행들의 하반기 기업 영업 전략과 리스크 관리 등을 알아본다.

올해 취임한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취임식 대신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 지역의 중소기업과 과 소상공인을 찾았다. 하반기에는 기업금융 태스크포스(TF)를 신설, 기업대출 실적 강화를 주문했다.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취임 일성으로 영업점을 방문,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프라이싱 정책을 운용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기업금융을 둘러싼 은행권의 경쟁이 전쟁을 방불케한다.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이 직접 나서 전투를 진두지휘한다. 단순한 은행의 순위 경쟁을 넘어서 지주사의 실적을 좌우할 수 있다는 인식 하에 조직 정비도 대대적으로 착수했다. 최고경영자(CEO)들이 그만큼 상황을 급박하게 보고 있다는 얘기다.

은행들의 위기의식에는 이유가 있다. 이자 장사로 돈을 벌었다는 비판과 함께 금융당국의 개인 대출 규제 강화로 은행들은 마음껏 영업을 펼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적(敵)의 파이를 뺏어야만 성장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기업금융은 중요한 수익원이 됐다. 남은 하반기에도 ‘빅5 은행’의 기업금융을 둘러싼 혈투는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7월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738조9205억 원으로 지난해 12월 말(708조2352억 원) 보다 30조 6853조억 원(4.3%) 증가했다.

연초 주춤했던 가계대출과 달리 매달 증가 추세를 보였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하나은행이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과 이승열 행장의 공격적인 영업력에 힘입어 7월 기업대출 잔액이 153조441억 원을 기록, 지난해 12월(142조5000억 원)보다 7.3% 증가했다. 이는 ‘빅5’ 중 가장 가파른 성장률이다.

기업금융의 강자인 국민은행은 같은 기간 168조5618억 원의 기업대출을 기록, 가장 대출 규모가 많았다. 국민은행 역시 작년 12월 말 (162조6091억 원) 보다 3.6% 늘었다.

신한은행은 151조3643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12월 말(146조7000억 원) 보다 3.1% 늘었다. 신한은행은 중소기업 대출이 강점이다. 신한은행은 이를 토대로 하반기 기업금융을 더 강화할 계획이다.

올해 초 취임한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기업금융 명가 부활’을 선언한 이후 우리은행도 기업영업에 필사적이다. 7월 133조9999억 원의 기업대출로 지난해 말(129조2678억 원) 보다 3.6% 성장했다.

가계대출 강자인 농협은행도 올해 기업영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거래기업을 통한 해외진출 확대도 모색 중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유망분야와 우량기업에 대한 주거래기업 확대 추진 등 질적 성장을 도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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