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장은 계속되는데 ‘공포지수’ 급등
과열·쏠림이 만든 구조적 불안

국내 증시 변동성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약 6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확대됐다. 지수는 고점권에 머물러 있지만 시장 내부에서는 급등락 가능성을 가리키는 경고음이 잇따른다. 침체 국면에서 나타났던 과거의 위기형 변동성과 달리, 이번에는 증시 호황 속에서 구조적 요인이 겹치며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3일 종가 기준 50.14를 기록했다. VKOSPI는 지난 1월 27일 34.81에서 출발해 불과 일주일 만에 50선을 넘어섰다. VKOSPI가 이처럼 높은 수준을 기록한 사례는 드물다. 가장 최근은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로, 당시 VKOSPI는 60~70선까지 급등하며 시장이 패닉 국면에 진입했다. 이후 약 6년 만에 다시 50선을 넘어선 것이다. 과거에는 실물경제 붕괴 공포가 변동성을 끌어올렸다면 이번 국면은 증시 호황 속에서 과열과 쏠림, 유동성 집중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구조적 불안이라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VKOSPI는 코스피200 옵션 가격을 바탕으로 향후 30일간의 예상 변동성을 수치화한 지표다. 통상 15~20선은 안정, 30선 이상은 경계, 40선을 넘어서면 공포 구간으로 인식된다. 최근처럼 상승장 국면에서 변동성 지표가 50선을 웃도는 흐름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연초 이후 국내 증시는 글로벌 주요 시장을 압도했다. 연초 이후 코스피는 25.4%, 코스닥은 23.6% 상승해 같은 기간 S&P500(+1.1%), 일본 닛케이225(+8.7%)를 크게 웃돌았다. 트럼프 관세 리스크, 연준 불확실성, AI 수익성 논란 등 하방 압력에도 국내 증시가 유독 강했던 배경으로는 반도체 중심의 이익 모멘텀이 꼽힌다.
여기에 개인투자자들의 추격 매수세가 가세하며 유동성 과열도 뚜렷해졌다. 2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111조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 달여 만에 대기성 자금이 20조원 넘게 늘었다. 문제는 이 자금이 지수와 대형주로 빠르게 쏠리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코스피 상승분 상당 부분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가 견인하고 있다. 두 종목의 합산 시가총액은 약 1조1400억 달러(약 1649조 원)로, 중국의 텐센트와 알리바바 합산 시가총액(약 1조700억 달러)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이는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 4372조1000억 원의 약 37.7%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같은 쏠림은 파생시장 변동성으로 직결됐다. 2일 코스피200선물 시장에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데 이어, 하루 뒤인 3일에는 매수 사이드카가 재차 발동되며 방향성 없는 급등락이 반복됐다. 매도·매수 사이드카가 하루 차로 연속 발동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충격이 정점에 달했던 2020년 3월 23일(매도)과 24일(매수) 이후 약 6년 만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변동성 확대를 두고 ‘위기에서 비롯된 공포라기보다 호황이 만든 구조적 불안에 가깝다’고 평가한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개인의 대규모 유동성은 주도주인 반도체 업종과 코스피200·코스닥150 등 지수형 ETF로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며 “지수 상승 속도 부담이 누적된 가운데 최근 코스피가 -5%에서 +6%대의 역대급 변동성을 보인 만큼 단기적인 주가 되돌림 가능성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