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하이투자증권은 중국의 부채 리스크가 현실화하면서 미국 연착륙·금리 동결 가능성 등 호재를 덮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물가 하향 안정기조가 7월 소비자물가를 통해 확인된 가운데 미국 3분기 성장률도 양호한 수준을 유지할 공산이 높아지고 있다”며 “블룸버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서베이 수치와 미국 애틀랜타 연준의 GDP 추정치는 다소 격차가 있지만, 공통점은 3분기 성장률이 상향 조정되는 추세라는 점”이라고 짚었다.
그는 “ISM 제조업 지수 부진, 장단기 금리 스프레드 역전 등으로 경기선행지수 둔화세가 지속하고 있음에도 미국 경기 연착륙 분위기는 강화되는 추세”라며 “이는 당사가 강조한 서비스 업황과 유동성 효과가 톡톡히 작용 중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 연구원은 “유동성 흐름이 주목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유동성 위축이 우려됐고, 이를 반영하듯 미국 통화(M2) 증가율은 수개월째 감소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며 “그러나 특이한 것은 M2 구성지표 중 요구불 예금과 단기 유동성 예금 비중이 팬데믹을 계기로 급격히 증가했다는 것이다. 유동성이 시중으로 유입돼 신용창출이 되기보다는 단기 예금에 잠겨 있어 잠자고 있는 막대한 유동성이 가계의 소비 여력 및 자산가격을 지탱해주면서 경기 연착륙에도 일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박 연구원은 “4%대 국채 금리로 미국 연착륙이 다소 덜컹거릴 수 있으나 흐름을 뒤집지는 못할 것”이라면서도 “미국 경기 햇살이 강해지고 있으나 부채 리스크를 동반한 중국 경기 그림자는 더욱 짙어지는 모양새”라고 했다.
그는 “피치사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이은 무디스사 미국 지역은행 신용등급 강등 파장이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이 숨기고 싶어했던 역린을 건드린 것이라는 우려가 든다”며 “부채 리스크에 취약한 중국이 당장 역풍을 맞고 있다. 헝다, 완다에 잉어 비구이위안의 채무 불이행 사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2년 전 헝다 사태가 아직 채무 조정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른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의 디폴트는 단순히 침체 지속을 넘어 지방정부융자기구(LGFV)발 그림자 부채 리스크를 자극할 수 있다”며 “이는 중국 경제의 ‘질서 있는 신용위험’ 혹은 일본형 대차대조표 불황 위험을 높이는 촉매제”라고 강조했다.
박 연구원은 “잇따른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의 디폴트는 단순히 기업 부채 리스크가 아닌 지방정부 및 LGFV그림자 부채와 밀접한 연관관계를 지니고 있어 중국 정부가 초기에 부채 리스크를 통제하지 못할 경우 예상보다도 심각한 위기에 빠질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여기에 디리스킹을 통한 미·중 갈등 완화를 기대했던 시장에 바이든 행정부의 첨단분야 대중 압박 강화가 찬물을 끼얹으며 글로벌 경제에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박 연구원은 “팬데믹 과정에서 급증한 정부 부채에 최근 부동산 규제 완화로 가계부채가 재차 급증하는 현상은 한국도 각종 부채리스크에 자유롭지 못함을 의미한다”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발 부채리스크가 해소되지 못한 상태에서 또 다른 부채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경제가 디플레이션 불황에 진입하면 디플레이션 충격에 국내 경기와 금융시장이 크게 노출될 수 있다. 대중국 수출 개선을 통해 국내 수출 경기 개선과 경기 회복 가속화를 기대했으나 중국 경기 불안으로 하반기 국내 수출 경기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다”며 “중국 경기 리스크가 고스란히 국내 수출로 전염된 것이다. 중국의 경기 불안 확산, 특히 부채 리스크를 중국 정부가 얼마나 통제하면서 디플레이션 리스크를 해소할지가 국내 경기와 부채 리스크에도 중요한 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