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벤처투자액 4조4000억원...
올해 상반기 벤처투자 규모가 작년 상반기 대비 40% 넘게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인상 여파와 글로벌 경기 불황, 올해 3월 SVB(실리콘밸리 벤처 은행) 파산 사태 등 겹악재로 인한 투자 혹한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금융위원회는 올해 상반기 국내 벤처투자 및 펀드결성 동향을 11일 발표했다.
이번 통계 발표는 중기부 소관인 창업투자회사(창투사) 실적에 금융위 소관 신기술사업금융업자(신기사)실적을 더해 집계됐다. 그 동안 벤처투자조합 투자금액과 창투사의 직접 투자금액만 집계해 통계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올해 상반기 벤처투자는 4조4000억 원으로 작년 동기(7조6442억 원) 대비 42% 급감했다. 지난해 상반기 창업투자회사 등 투자 규모는 4조1529억 원, 신기술금융사 등의 투자 규모는 3조4913억 원이었다. 올해는 각각 2조2041억 원, 2조2406억 원으로 줄었다. 특히 창업투자회사의 투자 규모가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투자 건수는 4191건에서 2927건으로 줄었고, 건당 투자액 역시 18억 원 수준에서 15억 원으로 내려 앉았다. 지난해 상반기 2305개 사였던 피투자기업 수는 올해 상반기 1781개 사를 기록했다.
업종별 투자 규모에선 ICT서비스 업종이 3분의 1 수준으로 부진했다. 작년 상반기 2조2490억 원 규모였던 투자액이 올해 상반기엔 61% 줄어든 8776억 원을 나타냈다. 바이오·의료도 1조3159억 원에서 5961억 원으로 줄었다. 1조1000억 원이 넘게 투자됐던 유통·서비스 업종 역시 올해는 4104억 원으로 감소세를 피하지 못했다. 투자액이 확대된 업종은 전기·기계·장비(6672억 원)와 ICT제조(5156억 원) 두 개 업종으로 각각 9.8%, 7.0% 늘었다.
업력별 투자액은 초기, 중기, 후기 일제히 감소했다. 투자 규모가 가장 크게 줄어든 건 업력 3~7년의 중기 벤처들이다. 초기투자가 작년 상반기 1조9608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1조2067억 원 38.5% 줄어든 사이 중기투자는 2조8123억 원에서 1조2088억 원으로 60% 가까이 감소했다. 후기 투자는 2조8711억 원에서 2조292억 원 수준으로 29%가량 줄었다.
중기부는 이같은 벤처투자 규모가 투자 붐이 일었던 2021~2022년 상반기보다 낮지만 2019~2020년 상반기 수준을 크게 상회한다고 설명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창업투자회사 등의 실적뿐만 아니라 신기술금융사 등 실적까지 합산한 경우도 마찬가지"라며 "지난해는 전세계 주요국 모두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유동성 확대 등으로 벤처투자가 예년 대비 이례적으로 급증했고, 일부 업종에 대한 투자 편중도 함께 나타났던 점 등을 종합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례적으로 급증한 투자액이 비대면·바이오 등 관련 일부 분야에 통상적 수준 이상으로 집중됐는데 올들어 업종별 투자 편중이 완화됐다"고 분석했다.
상반기 펀드결성액 역시 4조5917억 원으로 작년 상반기(8조6961억 원) 대비 절반 가까이 빠졌지만, 2020년(2조2432억 원)보다는 2배 많다. 중기부는 모태펀드 2차 정시 출자사업 선정이 지난달 완료된 데다 10월 말 모태펀드 1차 정시 출자사업으로 선정된 조합의 결성이 완료돼 하반기에는벤처투자조합 결성이 더 늘어날 것으로 봤다.
중기부는 올해 전체 투자액이 장기 추세를 소폭 상회할 것으로 추정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고금리, 안전자산 선호 등이 지속되고, 벤처투자 시장의 방향성을 단언하기 조심스럽지만 연초보다는 나아지는 추세"라며 "혁신 벤처 자금 지원 등을 차질없이 추진해 스타트업들의 자금난을 완화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기부와 금융위는 지난 4월 '혁신 벤처·스타트업 자금지원 및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자금난에 빠진 벤처·스타트업을 돕기 위해 10조5000억 원의 정책자금을 푸는 방안이 핵심이다. 중기부는 이를 차질없이 추진해 스타트업들의 자금난을 완화할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특히 성장 가능성이 높은 2차전지 · AI · 로봇 등 딥테크 분야 투자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