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유·이화그룹株 소액주주 등 주주행동 활발 거래재개 위해 기업과 소통·지분 경쟁 등 적극적
상장폐지 위기에 처한 상장사 소액주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들은 소액주주연대를 만들어 주주행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투자한 기업의 거래재개를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2일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의 심의 끝에 코스닥 상장사 대유의 상장폐지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김우동 조광ILI·대유 대표가 배임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면서 시작됐다. 앞서 김 대표가 대유의 모회사 조광ILI에서 대유, 앤디포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통해 앤디포스를 인수하면서 약 21억 원에 가까운 배임 혐의를 받았다. 이에 거래소는 4월 말 대유의 주식 거래를 정지시키고 상장폐지 여부에 대해 심사했다.
거래소는 이달 30일 안에 코스닥시장위원회를 열고 대유의 상장폐지 여부와 개선기간 부여 여부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통상 상장폐지 심사는 ‘기심위(1심)→시장위원회(2심)→시장위원회(3심)’ 과정을 거친다.
다만 소액주주들은 이미 거래재개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불안감에 사로잡힌 분위기다. 김 대표의 재판 결과가 불확실한 데다, 배임 액수가 다른 사례들에 비해 크지 않은데 거래소가 기심위 대상에 올렸다는 점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어서다.
이에 대유 소액주주들은 소액주주연대를 구성해 지분 모으기에 나섰다. 지난달 18일에는 소액주주 77명이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지분을 모아 5% 대량보유상황보고서를 공시했다. 이들이 모은 지분의 비중은 5.19%다.
대유의 상장폐지 결정에 기심위 대상인 이화그룹 상장사 3곳(이화전기·이아이디·이트론) 소액주주 사이에선 긴장감이 고조됐다. 배임 규모가 훨씬 작은 대유에 상장폐지 결정이 나면서 이화그룹주는 사실상 거래재개가 불가능할 것이란 불안감이 커져서다.
특히 이들은 9일 예정된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회사와 이견도 커지고 있다. 이화그룹 소액주주들은 이화그룹이 정관 수정을 위한 임시주총 안건을 극히 일부만 받아들였다고 주장했다. 또 교체 예정인 이사진들이 이전 경영진(김영준 전 이화그룹 회장) 관련인으로 판단해 향후 거래소의 거래재개 판단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화그룹 소액주주연대 관계자는 “김영준 전 회장과 관련한 사람들을 사외 이사진으로 채워 거래개선계획서를 제출하면 거래재개가 되겠느냐”며 “상장폐지를 막고 거래재개를 시켜야 하는 상황인 만큼 기계적 개선보다 더 큰 변화 의지를 보였으면 한다”고 했다.
다만 이화그룹과 소액주주들이 지분 경쟁을 하고 있어 갈등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이화그룹 소액주주연대는 주주명부 열람·등사 가처분 소송에서 승소해 주주명부가 확보되는 대로 의결권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예고했다. 이에 대응해 이화그룹 측도 의결권 확보를 위해 소액주주들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증권가가 주가조작 등 각종 사태로 뒤숭숭한 만큼 기업과 주주 모두 개선 의지에 힘을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작년부터 유독 사건·사고가 많은 만큼 거래소나 검찰 등이 민감해졌다”며 “기업과 주주가 소통하고 적극적으로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거래재개가 힘들 수 있다”고 했다.
한편 기업과 소액주주의 갈등이 긍정적인 결과를 얻은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파나진은 3일 임시주총에서 HLB파나진으로 사명을 바꾸고, 최대주주와 정관 변경 등에 나서며 새 출발을 예고했다. 이는 소액주주가 올해 3월 정기 주총에서 표 대결을 통해 창업자를 해임한 것과 연결된 성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