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98%가 선물…“입금ㆍ언어 장벽보다 선물 수요 더 커”
‘헷징’ 등 장점…“현재는 하락장에 모두가 잃기만 하는 상황”
글로벌 가상자산 1위 거래소 바이낸스의 거래량 10% 이상을 한국인이 차지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다수의 국내 업계 관계자는 한국 이용자들이 이미 상당한 거래량을 보유한 국내 거래소가 있음에도 바이낸스를 찾는 가장 큰 이유로 ‘선물 거래’를 꼽았다. 이들 일부는 다양한 이유로 국내에서도 선물 거래 허용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7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많은 국내 이용자들이 가상자산 ‘선물 거래’를 이용하기 위해 글로벌 가상자산 1위 거래소인 바이낸스를 이용하고 있다. 앞서 2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낸스 전·현직 직원 및 바이낸스 내부 플랫폼 ‘미션컨트롤’ 데이터를 인용해 올해 5월 바이낸스 거래량의 13%(583억 달러)를 한국 이용자가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국내 업계 관계자 다수는 이용자들이 바이낸스를 이용하는 이유로 ‘선물 거래’와 ‘유동성’ 등을 꼽았다. 국내 업계 관계자 A씨는 “바이낸스는 현물뿐만 아니라 선물 거래까지 지원하기 때문에 투자자 수요가 높을 수밖에 없다”면서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로서 높은 유동성도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트레이딩 업계에 몸담고 있는 B씨 역시 “트레이딩 업무에서 100% 바이낸스만 사용했다”면서 “가격 하락 베팅(숏)의 필요성과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플랫폼이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저널이 제시한 5월 바이낸스 거래량 데이터를 보면, 한국 이용자의 거래량(583억 달러) 중 현물은 약 14억 달러로 2%가 조금 넘는 비중을 차지했다. 나머지 98%에 달하는 거래는 선물 거래(약 569억 달러)였다.
이 같은 수치가 놀라운 점은 바이낸스 이용에 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국내 거래소는 실명 계좌를 통해 간편하게 원화 입금을 통한 거래가 가능하고, 서비스 언어 역시 한국어다. 반면, 바이낸스는 한국어 서비스 및 원화 입금 등을 지원하지 않는다. 따라서 국내 이용자들은 바이낸스를 이용하기 위해 원화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트론, 리플 등의 가상자산을 구입한 뒤 바이낸스로 옮기는 과정 거쳐야 한다. 서비스 언어 역시 영어인 만큼, 이용이 편리하다고 볼 수 없다.
다만 이 장벽마저도 선물 거래에 대한 수요에 비하면 높지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B씨는 “굳이 (바이낸스 사용의) 불편함을 꼽아보자면 사용하는 언어가 영어라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마저도 크게 불편하진 않다”고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C씨 역시 “이미 블로그나 유튜브 등 여러 채널을 통해 바이낸스 사용법이 널리 알려져서, 바이낸스가 한국어 서비스 및 영업을 하지 않아도, 이용하기 편한 거래소가 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시장에서 제한적으로라도 다양한 거래 형태에 대한 허용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C씨는 “현물보다 위험성이 높은 선물 등을 허용하지 않는 당국의 우려는 이해한다”면서도 “제한적으로 인버스 같은 상품을 제도권에 포용해야 투자자가 하락장에서 위험 헷징을 할 수도 있고, 거래소도 상품 개발 및 수익모델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국내는 헷징이 불가능해 약세장에선 모두가 잃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 D씨는 다양한 거래 방식을 열어줄 경우, 더 건강한 투자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의견을 남겼다. 그는 “기존 금융의 경우 현물 거래, 대차 거래, 선물 거래 등이 복합적으로 이뤄지는 가운데 (자산의) 진짜 가격을 찾게 된다”면서 “반면 현재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한 방향(현물 거래)으로만 가격을 찾게 돼, 세력의 시세 조작 등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큰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