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운용적립금 71조4000억 12월 만기 도래…“고금리 경쟁 재연 우려”
연말에 기업 납입할 DB 신규 부담금도 38조3000억…“분납 필요해”
신규 납입 2회 이상 분납·1년 6개월 등 만기 다변화 등 논의
금융위원회는 권대영 상임위원 주재로 고용노동부·금융감독원·권역별 금융협회(은행, 생명보험, 손해보험, 금융투자, 여신, 저축)와 함께 퇴직연금 관련 시장 안정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는 퇴직연금 시장 내 자금이동(머니무브)과 관련한 리스크를 점검하고 금융권에서 추진할 수 있는 리스크 완화방안을 함께 논의했다.
금융위는 기업들이 올해 납입해야 하는 확정급여형(DB형) 신규 부담금을 38조3000억 원으로 추정했다. 이 가운데 25조6000억 원(66.7%)이 12월에 납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DB 운용 적립금 190조8000억 원(올해 6월 말 기준) 가운데 71조4000억 원이 12월에 만기될 것으로 추산했다. 신규 납입금과 만기분이 연말에 쏠려 있어 머니무브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금융위 측은 “시장 상황이 안정적이나 상황 변동에 따라 전년처럼 자금유치를 위한 고금리 경쟁 등 시장 변동성 확대가 재연될 가능성이 잠재돼 있다”며 “금융권은 퇴직연금 시장에서 사용자이자 퇴직연금사업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주체로서 책임감을 갖고 먼저 앞장서서 연말에 예상되는 리스크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먼저 퇴직연금을 납입하는 사용자로서 금융회사들은 12월이 되기 전에 본인들이 신규 납입하는 올해 DB형 퇴직연금 총 부담금 3조2000억 원의 40% 이상을 2차례 이상 분산·분납하도록 유도한다. 예를 들어 신규 납입액이 10억 원이라고 가정하면 4억·4억·2억 원 세 차례에 나눠서 납입하는 등의 방식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또한 기존 적립금의 12월 만기 도래분인 7조7000억 원에 대해서도 1년 6개월 등 만기 다변화를 추진한다.
퇴직연금상품을 기업에 제공하는 퇴직연금사업자로서 금융회사(은행·보험·증권)는 퇴직연금 상품 제공시 1년 만기 외에 1년 6개월 등 다양한 만기 상품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간담회에서는 과열 경쟁을 차단하기 위한 규율체계 확립에 대한 의견도 나눴다. 지난해 유동성 부족 현상이 확산된 가운데 일부 금융사들이 자금조달을 위해 퇴직연금을 유치했는데 이 과정에서 과당경쟁이 발생했다. 타기관의 금리 공시를 보고 더 높은 금리를 사후적으로 제시하는 금리 베끼기(컨닝 공시)나 원리금보장상품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변칙적 원리금보장상품을 제공하는 곳이 나타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수수료(웃돈)를 통해 대기업 등 특정 사업장에만 고금리 상품을 제공하는 경우도 적발됐다.
금융위는 9월 중에 ‘퇴직연금 감독규정’을 개정해 과당 경쟁 재발을 방지할 방침이다. 이에 고용부에 등록된 퇴직연금사업자가 아닌 비(非)사업자가 제공하는 원리금보장상품에 대해서도 퇴직연금사업자와 동일한 공시의무를 부여할 계획이다. 사실상 원리금보장상품임에도 관련 규제를 회피하고 있는 변칙 파생결합사채도 원리금보장상품의 규율을 동일하게 적용하고 수수료 수취·제공 금지를 통해 수수료(웃돈)를 활용한 고금리 원리금보장상품 제조 관행을 개선할 계획이다.
권대영 금융위 상임위원은 “앞으로도 금융당국은 퇴직연금 등을 포함한 상품간, 업권간 금융권의 자금이동을 밀착 모니터링해 자금시장의 급격한 쏠림 및 이로 인한 시장 불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금융업권과 함께 지속 소통, 점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