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직불제·생산비 보장제 등 거론…9월 정기국회 전까지 정쟁 예고
남는 쌀을 정부가 의무매입해야 한다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여야의 치열한 대치 끝에 윤석열 대통령의 '1호 거부권' 행사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최근 야당을 중심으로 비슷한 법안이 다시 발의되면서 양곡법 개정안 정쟁이 재점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에 거부권 이후 한시름 돌렸던 공무원들도 다시 싸움에 휘말릴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회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쌀값이 기준가격 아래로 떨어지면 생산자에게 차액을 지급하도록하는 내용의 양곡법 개정안을 최근 대표발의했다. 신 의원은 "기존 양곡법 개정안은 쌀 시장 격리와 생산조정의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이번 법안에는 가격 보장을 명시했다"며 "쌀값 정상화를 실현하기 위한 '제2의 양곡법'을 재추진한다"고 밝혔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앞서 '쌀 생산비 보장제'를 골자로 하는 양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부가 매해 쌀 생산비를 고시하고 농민이 요구하면 생산비의 110% 가격으로 쌀을 매입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개정안에는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한다는 조항이 들어가 있어 논란이 될 전망이다.
또 민주당은 한국형 가격손실보상제도(PLC)를 당론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는 기준가격을 설정하고 시장가격이 이에 못 미치면 이를 보전해주는 과거 변동직불제 도입을 포함하는 내용이다.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이에 대해 이전 양곡법 개정안과 마찬가지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쌀값과 관련해 최저 가격, 목표 가격을 잡는 것, 기본적으로 정부가 강제하는 것 자체가 시장을 왜곡하는 것이고 쌀 증산을 유도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용하기 어렵다"며 "수요에 맞게끔 쌀 생산을 적정하게 하고, 생산이 과잉이 될 경우에만 시장 격리를 하겠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야당의 이 같은 분위기는 9월 정기국회 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관측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론과 관련된 법안은 물론 개별 의원 차원의 법안이 당론이 결정되는 8월 전까지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농식품부 공무원들은 지난 1년이 반복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에 한숨만 나오는 상황이다. 농식품부 관련 공무원은 "양곡법 개정안이 폐기되면서 이미 의원들 사이에서 후속 법안을 준비한다는 소리가 나왔고, 다시 또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며 "다른 한편으로는 기왕 한 번 터졌던 새우등이고, 오히려 새로운거 안해도 되고 일관성 있게 업무를 할 수 있다는 안도감이 들기도 했다"고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