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 노리는 바이든에 악영향 가능성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의 미국 애리조나 공장 가동이 1년가량 늦어지게 됐다. 이에 따라 ‘메이드 인 USA’ 반도체 공급망 확보를 추진해왔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도 타격을 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류더인 TSMC 회장은 이날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 콜에서 회사가 미국 공장에서 몇 가지 문제를 직면해있다며 “애리조나 공장에서의 생산이 계획됐던 2024년 말에서 2025년으로 연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첨단장비를 설치할 숙련된 인력이 충분치 못한 데다 대만 보다 훨씬 큰 비용 부담도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올해 연간 매출도 10% 감소할 것이라며 매출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이에 대해 류 회장은 “우리는 대만에서 미국으로 숙련된 기술 인력을 파견해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초 TSMC는 2020년 애리조나에 120억 달러(약 15조 원) 규모의 반도체 생산 시설을 세우겠다고 발표했었다. 이후 투자액을 400억 달러로 늘려 두 번째 생산 시설을 추가 건설 계획을 발표하면서 미국을 다시 반도체 제조 허브로 만들려는 바이든 대통령에 힘을 실어줬다.
TSMC의 애리조나 반도체 공장 가동이 늦어지면서 이 공장에서 생산된 칩을 사용할 예정이었던 애플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된 것은 물론 바이든의 경제정책인 ‘바이드노믹스’에도 타격을 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가뜩이나 대만을 놓고 미·중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TSMC의 미국 생산 지연으로 공급망 위험에 대한 우려가 더욱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연기된 TSMC의 미국 생산 개시 시점이 미국 대선 이후인 2025년이라는 점도 재선을 노리는 바이든 입장으로서는 뼈아픈 일이다.
블룸버그는 “(반도체칩과 과학법 같은) 주요 정책이 미국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면서 표심 잡기에 나선 바이든에게 좋은 징조는 아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