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창] 서로 다른 ‘욕망’ 속 ‘균형’ 찾기

입력 2023-07-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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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작은 농장', 존 체스터 감독, 2018년 作, 한국개봉 2023년 6월 14일

이 작품은 단순히 장르적으로만 본다면 인간승리의 휴머니즘, 혹은 환경·생태 다큐멘터리다. 그러나 그 심층을 관류(貫流)하는 서사(敍事)는 오늘 우리 한국 사회, 나아가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수다한 문제들과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커다란 알레고리(비유적 기제)로 읽을 수 있다.

작품의 제작자이자 감독이며 촬영감독이기도 한 존 체스터와, 요리연구가인 아내 몰리 체스터는 밤낮없이 짖어대는 ‘반려견 토드’로 인한 주민들의 민원 해결책으로 교외로 나가 황무지 196에이커(약 24만 평)를 사들여 농장을 일구며 살아간다.

그들의 주된 관심은 대자연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 전통식 농장이다. 수많은 과수와 화초류, 가축, 야생동물, 곤충, 나아가 온갖 미생물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노력으로 일군 농장과 대자연이 완벽한 하모니를 이룬 자족적 생태계 말이다.

그들은 연이어 발생하는 문제들 속에서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며 온갖 시행착오를 이어간다. 세상이 하는 것과 같은, 손쉬워 보이는 방책들은 실상 인간의 조급함이나 탐욕과 영합하며 채택되고 도입돼 왔던 땜질식 미봉책일 뿐이다. 현상의 표면만을 보고 그에 대해 맞춤형으로 대처하는 것이 긴 호흡으로 보았을 때 결코 유일하거나 최선의 방법이 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모든 생명체는 각자의 위치에서 저마다의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며 대자연의 연쇄·순환고리의 일부가 된다. 그 모든 것이 완벽히 조화와 균형을 이룬 생태계는 무한한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고, 자족성과 지속성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문명사회의 대다수가 혐오하는 해충이나 잡초, 가축을 해치는 야생의 포식동물, 이들에 대한 체스터 부부의 인식이나 일련의 대처방안은 놀라운 탁견(卓見)을 우리에게 제시한다. 모름지기 ‘대상을 넘어서면 세계가 보이는 법’이다.

문제가 되는 대상을 두고 그 너머의 세계, 인내하고 자중하며 해결책을 찾아가는 모습은 가장 높은 수준의 리더십 체현(體現)이다. 그들은 스스로를 재생하고 연결고리를 찾아가는 대자연의 위대한 능력을 믿고, 극도로 세밀한 관찰 속에 겸손한 예측을 병행하며, 끊어져 있던 고리들을 연결해주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정밀하게 잘 포착해냈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자연을 깊이 들여다보면, 모든 것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생태계는 옳고 그름을 떠나 고차원적인 인과(因果) 법칙을 따른다. 한 국가의 생태계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이 작품이 우리에게 주는 영감과 효용은 바로 그 심층에 들어있는 알레고리를 곡진(曲盡)하게 해독할 때 발현된다.

모든 야생동물은 자신들의 환경이 어려워지면 새끼를 적게 낳거나 아예 낳지 않는다. 식물도 생존의 조건이 척박하거나 맞지 않으면 성장을 멈추거나 고사한다. 대자연 속 모든 생물이 각자의 위치와 터전에서 나름의 역할을 수행해 나가는 것, 이것이 ‘섭리(攝理)’다.

그렇다면 2023년 현재 우리나라의 생태계는 어떤 모습일까? 초고령 사회, 초저출산, 인구소멸 위기, 부와 기회의 불균형, 지역 간 새대 간 갈등, 기울어진 운동장. 여기에 더해 천재지변까지…. 모두가 현상(現狀)의 표면만 때우거나 덮거나 치료해서는 근원적인 접근법이 될 수 없는 문제들이다.

이 지점에서 이 작품이 품고 있는 최고의 미덕을 다시 환기한다. 바로 리더와 그가 가져야 하는 최고의 리더십은 어떻게 발현되는가에 관해서다. 그것은 모두에 대한 한없는 긍정이고 애정이다.

민주주의란 본래 소란한 제도다. 수천만 개의 서로 다른 지향과 욕망이 들끓는 속에서 조화와 균형을 찾고 합의를 이뤄가는 과정은 참으로 지난한 일이다. 인내심과 애정에 기반을 둔 설득 능력이 민주사회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가장 큰 자질이다. 오늘, 우리 지도자는 국민을 진정한 존경과 애정의 대상으로 보고 있는가? 지금 우리는 어떤 나라에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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