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스크가 일상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영화관, 음식점, 카페 등 주문 시 키오스크 없이 주문하는 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우리 생활에 더욱 깊숙이 들어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키오스크 운영 대수는 2019년 18만9951대에서 지난해 45만4741대로 늘었다. 3년 사이에 2.4배 증가한 것이다. 요식업의 경우 같은 기간 5479대에서 8만7341대로 17배 불어났다.
일각에서는 키오스크 확산이 디지털 취약 계층에게 더 많은 차별을 가져왔다고 비판하지만. 얼리 어답터(Early Adaptor)라고 자부하는 기자에겐 그저 ‘남의 일’로 치부했을 뿐이다.
며칠 전 가족과 함께 인천 부평역에 있는 대형 쇼핑몰을 방문했을 때 일이다. 갈 때마다 일일 주차권을 이용해 주차비를 정산하는데 이날따라 차단기가 열리지 않고 3만 원 가량의 요금이 발생한 것이었다.
5분 가까이 주차 단말기와 씨름 했다. 뒷사람의 한숨이 목덜미에 닿을 때쯤 호출 버튼을 눌러 도움을 청했다.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일일 주차권을 구매했는데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귀책사유가 분명하고 명백한 오작동이었기에 쉽게 내보내 줄 것이라고 기대한 기자의 희망과 달리 과정은 길고 복잡했다. “일일 주차권이요? 어디서 구매하셨는데요? 도와드릴 수가 없습니다. 주차장 대행사에 물어보세요.”
주차장 대행사에서도 마찬가지 답이 들려왔다. “저희는 주차장 운영만 대행합니다. 도와드릴 수도, 문을 열어드릴 수도 없어요. 마트에 연락해보세요.”
옷을 적신 게 땀인지, 눈물인지 분간이 어려울 때 자존심을 버리기로 했다. “이쯤 되면 그냥 보내주시면 안 될까요?”
결국 실패. 아무도 해결할 수 없음을 확인한 기자는 거금 3만 원을 추가로 지불할 수밖에 없었다.
언제나 겸손을 잃지 말라는 '얼리 어답터 신(神)'의 의도였을까? 무더위에 1시간 넘게 고생했던 기자는 무인화 바람이 더 이상 반갑지 않게 됐다.
키오스크의 확산 한편에서는 장애인이나 고령자 등 디지털 취약 계층의 불편은 더 커지고 있다. 편리함과 인건비 절감을 위해 키오스크 설치가 늘어날수록 디지털 격차는 점점 더 큰 사회문제가 될 것이다. 정부와 기업은 디지털 전환에 앞서 취약 계층을 배려하고 위해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