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330조 원 규모로 시장 확대 전망
국내 배터리 3사 ESS 관련 사업 확대
전 세계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시장이 확대되면서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ESS 시장이 전기차 시장만큼 커질 것으로 보고 관련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는 2030년 이후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하는 시점에 ESS의 시장이 급격히 확대될 것으로 보고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가 발전하면서 ESS는 전기차와 함께 배터리 업계의 양대산맥을 이루는 산업이 될 것”이라며 “ESS 배터리는 용량 자체도 크기 때문에 업계에는 놓칠 수 없는 큰 시장”이라고 말했다.
ESS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한 에너지를 저장해놓는 장치다. 과잉 생산된 에너지를 저장해놓고 전력 사용이 필요한 시점에 공급하며 전력의 수요와 공급의 불안정성을 해소할 수 있다. 블룸버그신에너지금융연구소(BNEF)는 ESS 시장이 2021년 약 14조 원에서 2030년 약 335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ESS 시장은 중국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3년 전까지만 해도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글로벌 ESS 시장 점유율은 55%에 육박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14.8%로 쪼그라들었다. 그 사이 CATL, BYD 등 중국 업체들이 저가 공세를 펼치며 급격하게 성장했다. 지난해 기준 중국 업체의 ESS 시장 점유율은 약 78%에 이른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중국 업체에 ESS 시장을 완전히 뺏기지 않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난징공장의 일부 라인을 LFP 배터리 생산용으로 전환하고 있다. 난징공장에서 생산된 LFP 배터리는 ESS 제품에 들어갈 예정이다.
최근 독일에서 열린 세계 최대 ESS 전시회 ‘ESS 유럽 2023’에서는 주택용 ESS 신규 브랜드인 ‘엔블럭’을 공개하기도 했다. 가정용 ESS 시장을 겨냥해 올해 하반기 유럽 출시를 시작으로 시장을 확대해간다는 목표다.
삼성SDI도 하반기 ‘삼성배터리박스(SBB)’를 출시한다. ESS 배터리 셀과 모듈 등을 하나의 박스 형태로 만든 제품으로 전력망에 연결하면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사용자가 모듈을 직접 설치할 때 생길 수 있는 화재나 성능 저하 등의 위험을 차단한 것이 특징이다.
전기차 배터리만 생산하던 SK온도 ESS 사업 진출을 예고했다. 향후 ESS 전용라인도 확보해 매출 비중을 점진적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SK온은 올해 초 사업보고서를 통해 “규모 성장성 측면에서 미국 지역과 신재생에너지 연계용 ESS에 집중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성장 잠재력이 높은 차량 충전 사업용과 선박용 ESS 시장도 개척할 예정”이라고 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과거 잇따른 화재 사건으로 인해 정부의 투자가 거의 끊기면서 국내 ESS 시장의 성장이 정체됐다”며 “앞으로 확대될 ESS 시장에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