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發 금융 불안, 모처럼 온기 돌던 자금조달 시장에 ‘찬물’ 끼얹나

입력 2023-07-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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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신용스프레드 추이
“올해 위험 선호가 어느 정도 살아나면서 시장에서는 신용채권(공사채·금융채·회사채)이 불티나듯 팔렸다. 하지만 GS건설과 새마을금고 자금 이탈 사태로 우량채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살아나던 투자 심리가 꺾일까 걱정이다.” 시중은행 채권 운용역 A 씨는 “레고랜드 사태를 경험한 탓인지 시장참여자들 사이에 긴장감이 짙어지는 모양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GS건설 전면 재시공 결정과 새마을금고 자금 이탈 사태의 불똥이 자금조달 시장에 떨어질까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7월 이후 기업들이 갚아야 할 회사채만 20조 원대에 달한다. 글로벌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반도체, 석유화학, 철강 등의 업종은 2분기 낙제 수준의 경영성적표를 받아들 것으로 보여 우려를 더한다. 신용도가 하락하면 자금조달 비용이 늘고, 투자자를 찾기도 힘들다.

◇새마을금고 사태는 진정세…곳곳에 불안요인=정부의 적극적인 대응과 은행권의 유동성 지원으로 새마을금고 사태는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금융시장의 불안감은 여전한 상황이다.

이번 사태의 불씨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로 시작된 만큼 부동산 PF 위기가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새마을금고처럼 대출 연체율이 급격히 오른 저축은행이나 채권을 발행하는 캐피탈사 위주로 투자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2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2.05%에서 올해 1분기 4.07%로, 카드사·캐피탈사 등 여신전문금융사는 2.2%에서 4.2%로 2배 가까이 올랐다. 같은 기간 새마을금고는 3.59%에서 5.34%로 치솟았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키움저축은행(A-)·바로저축은행(BBB+)·OK저축은행(BBB+)·웰컴저축은행(BBB+) 등 4개 저축은행과 OK캐피탈(A-)·에이캐피탈(BBB) 등 2개 캐피탈사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추면서 주된 이유로 부동산 PF 리스크를 꼽았다.

새마을금고 위기가 불거지기 전부터 슬금슬금 오르기 시작하던 시장금리도 불안요인 중 하나다. 국고채 금리는 2월 초 연 3.110% 수준에서 이날 연 3.703%까지 오르며 기준금리(연 3.50%)를 넘어섰다. 전날에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가 일어난 3월 9일(연 3.85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연 3.795%를 기록하기도 했다.

임영주 KB증권 연구원은 “주요국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 긴축을 단행했고, 국내도 연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축소되며 국고채 금리가 기준금리를 상회하고 있다”며 “하반기까지 지속될 긴축적인 금융환경으로 기업과 가계의 부실이 점차 누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새마을금고가 포함된 ‘종금·금고’가 이달 들어 채권을 대거 팔아치우고 있는 점도 시장금리를 자극할 공산이 크다. 종금·금고는 7월 들어 장외채권시장에서 3조8021억 원어치의 채권을 팔아치웠다. 종류별로 살펴보면 은행채(1조5788억 원 순매도), 회사채(6345억 원), 통안증권(6070억 원)으로 매도 규모가 컸다.

◇위축된 투심, ‘제2 레고랜드’ 되풀이하나=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이후 얼어붙었던 자금조달 시장은 올해 상반기를 지나며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LG에너지솔루션, SK그룹, S-Oil 등 우량기업들이 앞다퉈 회사채 시장의 문을 두드렸고 연달아 흥행에 성공했다.

그러나 새마을금고 사태가 촉발한 금융 불안이 ‘제2 레고랜드 사태’로 비화해 기업들의 자금 조달책이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선 미국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위인사들이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두고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추가로 인상하면 한국은행도 현행 금리 수준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최종 금리를 6%대로 올리면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3.5%로 계속 방어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새마을금고의 자금 확보를 위한 채권 매도가 이어질 경우 자금 경색을 우려한 기업들의 채권 발행이 이어지면 채권 금리 상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작년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 때와 같은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하반기로 갈수록 자금시장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 하반기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물량이 부담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7~12월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규모는 20조5920억 원이다. 7월(4조1262억 원)과 10월(5조6755억 원), 11월(2조7130억 원)에 물량이 쏠려 있다.

기업들의 실적 악화로 신용등급이 줄줄이 강등되는 상황에서, 자금시장이 얼어붙으면 회사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의 신용 리스크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또 하반기 수출 상황이 나아질수록 설비투자를 늘리기 위한 기업들의 자금 수요는 많아지는데, 자금 조달 환경은 상반기보다 약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5월 설비투자는 최근 3개월 변화율만 놓고 보면 바닥을 통과하는 모습이고, 설비투자와 동행하는 수출 데이터들이 6월 낙폭을 줄였다는 점이 고무적”이라면서 “비은행 금융기관 스트레스, 한전채와 주택금융공사채(MBS) 발행이 지속된다는 점은 전체 유동성 측면에서 부담이다. 대출과 채권을 통한 자금 조달 환경이 상반기보다 약화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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