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백병원, 결국 ‘폐원’ 결정…8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입력 2023-06-20 20:03수정 2023-06-2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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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누적 적자 1745억 원…서울시, 부지 ‘의료시설’로만 사용 지정

▲학교법인 인제학원이 서울백병원의 폐원 여부를 논의하는 이사회를 20일 열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서울백병원 모습. 신태현 기자 holjjak@

‘인술제세(仁術濟世·인술로 세상을 구한다)’, ‘인덕제세(仁德濟世·어짊과 덕으로 세상을 구한다)’를 설립 이념으로 하는 서울백병원이 폐원을 결정했다.

학교법인 인제학원이 운영하는 서울백병원은 20일 오후 열린 이사회에서 병원 폐원 안을 논의한 결과, 폐원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법인 측은 2004년 이후 20년간 누적된 적자가 1745억 원에 달할 만큼 경영난이 심해 폐원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세워왔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진행한 외부전문기관 경영 컨설팅에서도 ‘의료 관련 사업 추진 불가, 의료기관 폐업 후 타 용도 전환 불가피’ 의견을 받았다.

앞서 2011년, 2013년, 2019년 진행된 외부전문기관의 평가에서도 지속적인 적자를 피할 수 없는 구조이며, 서울백병원 매각 등의 적극적인 경영정상화 방안이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울백병원은 2016년부터 경영정상화 태스크포스팀(TFT)을 가동했다. 2017년 기준 276개였던 병상 수를 122개까지 줄이고,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인턴 수련병원으로 전환해 전공의를 받지 않았다. 또한, 병동을 리모델링하고 매년 30억~50억 원씩 투자하는 등 자구 노력을 기울였지만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도심 공동화 현상, 주변 대형병원의 출현으로 운영의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서울백병원은 전체 구성원 393명을 상계·일산·부산·해운대 등 형제 병원으로 보내 고용 유지를 보장할 계획이다. 이용 환자 및 관계자를 대상으로 안내 메시지를 발송하고 안내문을 게시하는 등 고객 불편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부지 및 건물 운영에 대해서는 추후 별도 논의를 거치기로 했다. △새 병원 건립 △미래혁신데이터센터 운영 △수익사업 △매각 등 다양한 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할 계획이다. 어떤 형태로 운영하게 되더라도 그로부터 창출되는 재원은 전부 상계·일산·부산·해운대 등 형제백병원에 재투자해 환자들에게 최적의 치료, 더 좋은 의료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학교법인 인제학원이 서울백병원의 폐원 여부를 논의하는 이사회를 20일 열었다. 이날 서울 중구 서울백병원 모습. 신태현 기자 holjjak@

학교법인 인제학원 관계자는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노조를 포함한 구성원들과 향후 문제를 논의해 나가겠다”라며 “별도의 TFT를 구성해 교직원들의 고용유지를 위한 전보발령, 외래 및 입원환자 안내, 진료 관련 서류 발급 등을 차질없이 진행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로써 1941년 ‘백인제외과병원’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어 82년간 자리를 지킨 서울백병원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구체적인 폐원 시기는 언급되지 않았다.

한편, 서울시는 백병원 부지를 병원 외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도록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도심 내 서울백병원의 기능이 유지될 수 있도록 도시계획시설(종합의료시설)로 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해당 절차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도시계획시설이란 병원이나 학교 등 공공에 필수적인 시설을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하는 것으로, 지정되면 해당 용도 외 건축물이나 시설은 들어설 수 없다.

서울시는 “중구 내 유일한 대학병원이며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역 내 의료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도시계획적 지원책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사립대 법인이 소유한 종합병원 부지는 타 유휴재산과 동일하게 임의로 매각하거나 용도를 전환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교육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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