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랠리’에 전문가들 갑론을박…“1999년과 달라” vs “닷컴 버블 악몽 재연”

입력 2023-06-20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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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 지수 올해 31% 상승…8주 연속 상승세 이어가
“기업 실적 뒷받침…밸류에이션도 닷컴 당시와 달라”
“AI 언급만 해도 주가 상승…현재 ‘베이비 버블’ 상태”
연준 통화정책, 랠리에 변수…추가 긴축 시 제동 걸릴 수도

▲‘AI 랠리’ 주도 종목 올해 주가 상승률. 단위 %. 현지시간 기준. 위에서부터 엔비디아(16일 192.13%)/ 테슬라(111.51%)/ AMD(85.39%)/ S&P500(14.85%).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미국 기술주가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파죽지세로 상승 중인 가운데, 이 랠리가 지속될 지 아니면 ‘닷컴 버블’처럼 붕괴할지를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연초 대비 31% 가까이 치솟았다. 같은 기간 미국 뉴욕증시 전반을 대표하는 S&P500 지수 상승률(약 15%) 대비 두 배 이상 높다.

챗GPT를 필두로 한 AI 열풍이 기술주 랠리를 주도하면서, 나스닥지수는 최근 8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2019년 3월 이후 최장기 상승이다.

이에 월가에서는 현재 AI 투자 붐이 닷컴 버블 붕괴 직전인 1999년을 떠올리게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월가의 대표적인 강세론자인 제러미 시걸 미국 와튼스쿨 교수는 이번 랠리가 닷컴 버블 때와는 엄연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기업 실적이 뒷받침된 주가 상승이기 때문에 거품이 터지는 것을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닷컴 버블 때에는 수익이 없는 회사에 대해 엄청난 가치 평가가 있었다”며 “AI 기술에 기반을 둔 대형 기술주 랠리는 닷컴 버블과 같다고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증권 선임 애널리스트도 “벨류에이션을 감안했을 때 지금이 닷컴 버블과 같은 붕괴 직전 상황이라는 것에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기술주 랠리는 1999년이 아니라 인터넷 붐이 시작됐던 1995년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핀테크 업체 트레디어의 댄 라주 최고경영자(CEO) 역시 당시와 다른 밸류에이션을 언급하면서 “AI 랠리를 닷컴 버블과 유사하게 보는 것은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AI에 대한 과장된 선전과 기대가 주가를 과도하게 밀어 올렸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마이클 하트넷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수석 투자전략가는 “AI가 현재 ‘베이비 버블’ 상태에 놓였다”며 “자산 거품은 항상 쉬운 돈으로 시작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끝난다”고 경고했다.

제임스 페니 TAM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도 “기업 실적에서 AI를 언급만 해도 회사 주가가 오르고 있다”며 “닷컴 버블 때와 매우 흡사하다”고 꼬집었다. 월가의 전설적인 투자자 아트 캐신 UBS 이사 또한 “AI가 닷컴 버블의 새로운 미니 버전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WSJ는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이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 랠리에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가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전망이 그동안 기술주 상승세를 뒷받침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준은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연내 2차례의 추가 금리 인상 신호를 보냈다. 현재 시장은 이를 믿지 않는 분위기다. 연준이 실제로 단호하게 2차례 추가 긴축을 단행한다면, 기술주 랠리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고 WSJ는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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