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A씨는 연매출이 코로나 전 대비 4억 원 가량 줄어 현재 2억5000만 원 수준이다. 직원 4명 중 코로나 시기 1명을 줄였고, 올해 대출금리와 물가 상승 압박 등에 이익이 줄어 1명을 더 줄였다. A씨는 “알바생 2명도 함께 고용 중인데, 각종 수당을 더하면 기본 최저임금(올해 9620원)이 아닌 1만2000원을 지급하고 있다. 주휴수당 등 실제 지급액은 최저임금보다 더 많다. 최저임금이 노동계 요구대로 1만2000원에 도달하면 직원과 근로시간을 줄일 수 밖에 없다. 폐업 가능성은 주변에서 이미 많이 나오고 있다. 타격이 상당할 것이다”고 토로했다.
노동계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1만2000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소상공인들이 지불 능력을 고려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공공요금 인상과 대출액 증가 등 악재에 둘러싸인 상황에서 인건비 인상은 사실상 ‘폐업으로 가는 길’이라는 날선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당정의 5인미만 근로기준법 적용 추진 역시 이같은 불만을 가열시키는 모양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내년도 최저임금을 논의하는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의 법정 심의 기한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최저임금 심의ㆍ의결 기구인 최임위는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6차 전원회의를 열고, 업종별 차등 적용 등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현재 노동계가 요구하고 있는 내년도 최저임금은 1만2000원이다. 올해 최저임금(9620원)보다 24.7% 높은 수준이다. 적정 가구 생계비에 근거한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이 시급 1만2208원, 월 환산액(209시간)으로는 255만2000원이라는 게 노동계의 설명이다.
소상공인들은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동관 소상공인연합회 경기도 안산지회장은 “올해 최저임금이 9620원이지만 주휴수당 등을 더해 실제 지급액은 1만2000원”이라며 “최저임금이 1만2000원이 되면 실제 지급액은 1만4000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휴수당은 사용자가 1주일 동안 근로일수를 채운 노동자에게 주당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주는 것으로 규정하는데, 이 유급휴일에 받는 것이 주휴수당이다. 소상공인들은 주휴수당 의무규정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정동관 회장은 “직원 월급은 270만~300만 원이었지만 올해 최저임금에 맞춰 20만 원을 일괄 인상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다시 20만 원을 올려야 한다”며 “코로나 이후 매출은 원상복귀 되지 않았는데, 공공요금 인상, 대출액 증가, 인건비 증가, 물가 급등 등 악재는 많아졌다. 현재 최종적으로 남는 이익은 직원 월급보다도 적다”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대책을 세워야 하지만 어떻게 세워야 할지 그 것도 막막한 상황”이라며 “최저임금을 동결하지 않고 인상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나면 알바생 근로시간을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이 모씨 역시 “영업시간 줄이고, 메뉴 가격을 인상하는 방법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소비자에게 이를 전가시킬 가능성을 시사했다.
경영계는 아직까지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을 제출하지 않았다. 최임위 안팎에선 경영계가 동결을 제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노동계 요구안과 온도차가 큰 만큼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종별 차등적용 도입 역시 양 측이 이견을 좁히지는 못하고 있다. 소상공인 업계는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인상을 한다면 1만20원 정도까지 수용이 가능하지 않겠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움직임도 소상공인들의 불만을 가중시키는 분위기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원칙적으로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들 사업장은 근로시간 제한과 각종 수당, 유급 휴가가 없고, 해고 시 절차나 사유 등의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해고 등의 제한), 제27조(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 제28조(부당해고등의 구제신청) 모두 5인 이상 사업장에만 해당한다.
정부와 여당은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가중될 것을 감안해 금전적 부담이 적은 부분부터 적용할 가능성이 높지만 소상공인 업계에선 재정적, 행정적 부담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PC방을 운영하는 한 대표는 “제도가 시행되면 폐업을 택하거나 고용을 없앤 뒤 나홀로 사업자로 전환하는 사업주가 상당히 많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상공인연합회 측은 “어려운 경영여건에서 근로기준법까지 확대 적용하는 것은 가게문을 닫으라는 것”이라며 “과도한 부담은 고용 저수지 역할을 하는 소상공인의 휴ㆍ폐업과 고용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반발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단체행동을 앞두고 있다. 20일 외식업 위주의 소상공인들이, 21일에는 소상공인연합회 차원의 집회가 이뤄진다. 내년도 최저임금 동결과 구분적용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