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史’는 채권개미들…‘역대급’ 개인 채권 순매수 “새 역사 쓴다”

입력 2023-06-11 15:18수정 2023-06-11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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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고채 만기별 월간 금리 변동폭 (금융투자협회)
#지난해 국채 중도매도 전략으로 차익을 얻은 경험이 있는 직장인 박 씨(32)는 지난 9일 국고채 ‘20-2’를 연 3.617%(민평 기준) 금리에 재매수했다. 박 씨는 “시장에서 제일 거래량이 많은 채권이라고 해서 나중에 사고팔아 차익을 내기에도 편할 것 같다”며 “장기채는 만기까지 기다리기가 너무 힘들어서 거래량 많은 채권을 택했다. 중도 매도해 시세차익을 본 후 채권 투자에 재미를 들였다”고 했다.

20-2는 현재 19-6과 함께 국내 채권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채권이다. 지난 9일 기준 20-2의 발행잔액은 43조 원에 육박한다. 개인투자자들은 지난 1년간 20-2를 1조8000억 원 사들였고, 그중 80%가 넘는 1조5000억 원을 최근 3개월 동안 순매수했다. 최근 한 달 순매수액은 5800억 원으로 같은 기간 개인들이 증시에서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 POSCO홀딩스의 순매수 규모(약 5559억 원)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개인투자자들이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역대급 채권 매수세를 이어가며 국내 채권시장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의 연초 이후 이달 9일까지 채권 순매수액은 총 17조629억 원이다. 1년 전 같은 기간 3조1893억 원가량 사들인 것과 비교하면 6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지난 4월에는 4조2479억 원을 순매수하며 역대 월간 최대 순매수 규모를 기록했다.

채권 종류별로 보면 개인들은 국채를 가장 많이 사들였다. 지난달 개인들의 채권 순매수액 3조788억 원 가운데 국채는 1조3179억 원에 달한다. 개인들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사들인 국채는 5조9187억 원으로 지난해 연간 국채 순매수액(2조9861억 원)의 2배가 넘는다. 2위인 회사채(9148억 원)와 비교해도 3000억 넘게 차이가 난다. 이 밖에 개인들은 여전채(6505억 원), 은행채(1683억 원), 특수채(714억 원) 등을 사들였다.

개인들이 채권에 열광하는 이유는 금리 인상이 정점에 달했다는 기대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박 씨가 매수한 20-2는 만기가 2050년인 30년물 장기채다. 발행 당시 쿠폰(이자)은 1.5%였지만, 현재는 고금리 기조 속에 3%대 중반으로 껑충 뛰었다. 이에 따라 2020년에는 액면가 1만 원에 발행됐지만, 3년이 지난 현재는 6400원으로 가격이 하락했다. 저가에 매수해 향후 금리 인상 시 가격 상승에 따른 매매차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쿠폰(이자)을 통한 절세효과 역시 쏠쏠하다. 박 씨가 해당 채권을 2050년 만기까지 보유한다 쳐도 이 기간에 이자소득세는 1.5%로 유지된다. 저금리 시기에 발행된 ‘저쿠폰 장기채’라서다. 박 씨는 3% 중반대 금리에 해당 채권을 매수했지만, 그에 따른 이자소득세는 절반도 되지 않는 수준인 셈이다. 만기가 긴 장기채인 만큼 듀레이션(잔존만기)도 길어져서 금리 상승에 따른 가격 하락 폭도 단기채에 비해 크다.

개인들은 하반기에도 채권 매수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하반기부터 개인투자자들도 손쉽게 국채에 투자할 수 있는 ‘개인투자용 국채’가 발행되기 때문이다. 만기까지 보유하면 세제지원, 가산금리 등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한 채권운용역은 “올해 은행지점과 증권사 큰 손들 사이에 채권을 구해달라는 대기수요가 엄청나게 몰리고 있다”며 “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달했다는 전망과 함께 한동안 견고한 채권 수요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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