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EU 탄소국경세 코앞에 닥친 문제...지원 확대해야“

입력 2023-06-08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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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철강포럼, 8일 ‘탄소중립시대, 수소환원제철로의 대전환’ 토론회 개최

▲국회 철강포럼이 8일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시렝서 '탄소중립시대, 수소환원제철로의 대전환 토론회'를 개최했다. (제공=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실)

철강업계가 8일 탄소중립 이행에 있어 정부의 정책·재정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는 10월부터 철강·알루미늄 등 6대 품목에 대해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시범 적용되는 등 대외적 압박이 거세지는 만큼 범국가적 차원의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단 주장이 나온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가 약한 국가가 강한 국가에 상품·서비스를 수출할 때 적용받는 무역 관세를 말한다. EU가 지난 5월 CBAM을 최종 발효하면서, 국내 철강업계는 오는 10월부터 EU 국가에 제품을 수출할 때 탄소배출량 추정치를 제출해야 한다.

국회 철강포럼 주최로 이날 국회에서 열린 ‘탄소중립시대, 수소환원제철로의 대전환 토론회’에서 포스코 등 철강업계는 “수십 조원에 달하는 탄소중립 이행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의 추가적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김희 포스코 상무(탄소중립담당 보좌역)는 “EU가 탄소국경조정제도를 강력하게 요청하면서 고객사가 직접 탄소 배출량이 적은 고철(스크랩) 사용 비율을 30%로 높이도록 요구한다거나 RE100(100% 재생에너지만 사용)을 직접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그 시점이 당장 2026년이다. 저희한테는 코앞에 닥친 문제인 이유”라고 업계 상황을 설명했다.

김 상무는 녹색 철강 기술 중 하나로 꼽히는 ‘수소환원제철(석탄을 사용하지 않는 제철기술)’에 대한 정부 지원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포스코가 노력하는 것 중 ‘수소환원제철’ 기술은 국가가 국책과제로 선정했다. (관련 설비의) 2028년도 준공을 예상해서 정부에 8000억원을 요청했는데 실제로는 기초 설계단계에서 126억원 정도를 받는다”며 “2026년 이후에도 저희가 (탄소감축 관련해) 파격적으로 요청받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도저히 126억원가지곤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수십조 원에 달하는 탄소중립 이행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 지원 정책들이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이라면서 “EU 같은 경우는 총예산의 30%를, 독일 540억 유로, 프랑스 또한 300억 유로에 가깝게 지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탄소 감축 인증체계가 국제적으로도 인증받을 수 있도록 제도 손질이 필요하단 지적도 나왔다. 저탄소 설비 도입 등 기업이 스스로 감축한 탄소 배출량을 해외에서 공인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용희 현대제철 상무(저탄소 공정연구실장)는 “기업이든 국가든 탄소중립 이행 발표를 하면서 산업계에 과제를 만들어내고 있다”면서 “현대제철의 경우 국제 기준에 맞춘 배출량 산정이나 저탄소 원료 활용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나라 인증체계를 다른 나라에서도 인증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러한 것들은 하나의 기업이 자체적으로 진행해나가기 어려운 문제다. 정부의 지원 인프라 구축이 필요해보이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현실적으로 이행 가능한 방안 위주로 지원책을 마련해보겠단 입장을 전했다. 오충종 산업통상자원부 철강세라믹과 과장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건 투자 세액 공제”라고 말했다. 정부의 재정 지원은 직접 지원과 세제 지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부분에 대해서 세제 지원을 하는 게 (탄소중립 이행에) 마음이 급하고 선도하려는 기업에 대해서 투자해줄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수소환원제철 기술이 국가전략기술에는 포함돼지 않아서 더 많은 혜택은 못 보고 있다. 수소환원제철도 (국가전략기술에 포함시키는 방안이) 반영될 수 있으면 좋겠단 생각을 한다”고 부연했다

‘국가전략기술’은 국가가 경제, 외교·안보, 신산업 창출 등의 관점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인정하는 기술로, 15%의 기본 공제를 받고 있다. 수소환원제철 공법의 경우 그보다 세액 공제 비율이 낮은 ‘신성장원천기술’에 포함돼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탄소중립 이행에 있어 철강 생산·소비 과정에서의 탄소 감축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에 정부와 산업계가 뜻을 같이 했다. 기조 연설을 맡은 김상협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 위원장은 “산업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의 40%, 약 1억 톤가량을 철강이 차지하기 때문에 철강 산업의 탄소중립은 말 그대로 국가적 과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철강이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6%가 훨씬 넘는다. 국가 온실가스 배출의 15%를 차지하는 철강 산업의 녹색화 없이는 대한민국 탄소중립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리서치기업 BNEF(블룸버그ENF)는 ‘녹색 철강’으로의 전환에 3000억 달러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초기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것”이라며 “녹색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적절한 탄소 가격 설정과 보조금을 비롯해 다양한 국가적 지원이 요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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