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근 메디웨일 대표 “100년 전 추론 현실화…눈으로 질환 예측” [메디컬 줌인]

입력 2023-05-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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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검진 시스템 ‘닥터눈’, 6월부터 비급여 처방 가능

▲최태근 메디웨일 대표가 본지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노상우 기자 nswreal@)

1889년 스코틀랜드 안과 의사 마커스 건(Marcus Gunn)은 녹내장이나 시신경 병증과 같은 다양한 사례를 관찰해 망막 상태를 보고 신체의 질환을 유추할 수 있다고 추론했다. 약 130년 전의 이 추론을 국내 바이오헬스 스타트업 ‘메디웨일’이 현실화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 본지와 만난 최태근 메디웨일 대표는 “7년 전 20대 중반 어린 나이에 녹내장 진단을 받았다. 증상이 전혀 없었는데 질병을 앓게 됐다. 질병을 조기에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었다”고 회상했다. 최 대표가 자신의 진료를 담당했던 임형택 전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와 손잡고 메디웨일을 설립하게 된 계기다.

메디웨일은 망막 영상에 주목했다. 쉽게 찍을 수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고, 정확하게 많은 질병을 예측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자각 증상이 없거나, 무증상이면 망막은 잘 들여다보지 않는다는 것이 최 대표의 생각이었다. 그는 “기술에 대한 정의는 우리가 한 게 아니다. 안과 의사들이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의문에서 답을 찾았다. 간절했기 때문에 찾아냈다”며 “눈 속 적은 혈관 손상이 심혈관뿐 아니라 콩판, 뇌, 간의 질환 여부까지 알아낼 수 있을 세상이 오리라 본다. 망막 사진은 미래 디지털헬스의 키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간절함에서 시작했던 메디웨일은 의료 인공지능(AI) 딥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망막 영상 및 검진 결과를 분석하는 AI 검진 시스템 ‘닥터눈’을 개발했다. ‘안저 사진 촬영→자동 AI분석→심혈관질환 진단결과 확인’ 등의 3단계를 거쳐 미래 심혈관 위험에 대해 점수로 알려준다. 검진과 분석에는 약 30초의 시간이 걸린다. 지난해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망막을 기반으로 심혈관질환 발생을 예측하는 세계 최초의 AI 의료기기로 품목허가를 받았다.

현재 국내를 비롯해 미국과 유럽 등 여러 국가에서 심혈관 위험을 측정하기 위해선 관상동맥 컴퓨터단층촬영(CT)을 사용하는 것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정하고 있다. 메디웨일의 ‘닥터눈’은 간단한 망막촬영만으로 CT와 동등한 수준으로 미래 심혈관 위험을 알려준다. 전 세계 환자 망막 사진 22만 장을 통해 확보한 데이터로 동등한 유효성을 입증해 란셋 디지털 헬스(The Lancet Digital Health) 등 국제 의학 학술지에 실리기도 했다.

최 대표는 “닥터눈은 간단한 진단과정으로 환자의 이용률을 높이면서도 가격 부담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며 “매년 예방을 목적으로 CT를 찍는다고 하면 방사선 노출 문제로 의료진이 거절할 것이다. 또 CT 촬영을 하려면 환복을 하고 기기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의료진 입장에서도 공간에 대한 부담이 있을 수 있다. 방사선사가 찍고,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판독하는 등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러한 수고를 덜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닥터눈은 지난달 평가유예 신의료기술로 확정돼 6월부터 외래에서 비급여로 사용이 가능하다. 기간은 약 3년이다. 최 대표는 “닥터눈은 외래에서 비급여 청구가 가능한 첫 번째 AI 검사가 됐다. 외래에서 첫 사례인 만큼 당국에서 많이 지원해준다면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국내를 넘어 전 세계 많은 환자가 편하고 정확하게 심혈관 위험을 예측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해외에서의 반응도 뜨겁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운영하는 스타트엑스(StartX), 아칸소 주에서 주관하는 하트엑스(HeartX), 미국 최고 병원 메이요 클리닉과 애리조나 주립대가 협업하는 프로그램 등 미국에서만 3개의 의료분야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이 외에 다국적 의료기기업체, 글로벌 제약사, 보험사 등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최태근 메디웨일 대표가 자사의 로고 옆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노상우 기자 nswreal@)

최 대표는 “구글도 망막 AI에 큰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망막카메라를 직접 개발해 FDA로부터 허가를 받기도 했다”며 “심혈관 위험평가에 대한 시장 규모는 점점 커질 것이다. 미국에서만 10조~20조 원이 될 것으로 추정한다. 우리는 심혈관 위험평가에 그치지 않고 위험요소를 알고 생활습관을 바꾸는 단계까지 진입하고자 한다. 미래를 예측하고 예방할 수 있도록 하는 게임체인저(Game Changer) 검사로 발전하는 게 목표다”라고 강조했다.

메디웨일은 심혈관질환 외에 만성콩팥병, 뇌졸중 등 여러 적응증을 추가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혈관 문제로 발생하는 질환들은 눈을 통해서도 확인이 가능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심장질환 예측에 성공했기 때문에. 다음 파이프라인은 더 수월하게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메디웨일은 유럽, 영국, 호주를 포함해 8개 지역에서 승인받고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최 대표는 “현재까지 메디웨일은 시리즈B까지 진행하며 누적 투자금액이 155억 원 정도 된다”며 “미국 출시 전후로 추가 투자유치로 미국 시장에 집중할 생각이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2026년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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