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대법 “현대차 간부사원 취업규칙 위법…노조 동의 없는 불이익 변경”

입력 2023-05-11 15:49수정 2023-05-11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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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합서 종전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 판례 모두 변경

“사회통념상 합리성 개념 모호…법적 불안정성 크다”
“불이익한 근로조건 부과 땐 근로자집단 동의 받아야”
1심 원고 패소→2심 원고 일부 승소→대법, 파기‧환송

현대자동차의 간부사원 취업규칙이 위법하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나왔다. 회사가 취업규칙을 변경하면서 기존보다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바꾸더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면 노조의 동의가 없어도 된다고 했던 기존 대법원 판례를 깬 것이다.

대법원 전합(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주심 오경미 대법관)은 11일 현대차 간부사원들이 현대차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고 선고했다.

▲ 11일 열린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재판장을 맡은 김명수(가운데)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착석해 있다. (사진 제공 = 대법원)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이 근로자가 가지고 있는 기득의 권리나 이익을 박탈해 불이익한 근로조건을 부과하는 내용일 때에는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의한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사용자가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 없이 취업규칙을 작성·변경해 근로자에게 기존보다 불리하게 근로조건을 변경하더라도 해당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그 적용을 인정한 종래의 판례를 모두 변경한다”고 덧붙였다.

법원에 따르면 현대차는 2004년 주5일 근무제에 맞춰 과장급 이상의 간부사원에게만 적용되는 ‘간부사원 취업규칙’을 별도로 만들었다. 새 취업규칙은 월 개근자에게 1일씩 부여하던 월차휴가제도를 폐지하고, 총 인정일수에 상한이 없던 연차휴가에 25일의 상한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았다.

현대차는 간부사원 취업규칙을 마련하면서 간부사원 중 89% 이상의 동의를 받았으나, 과반수 노동조합인 현대차노조의 동의를 받지는 않았다.

이에 현대차 간부사원들은 취업규칙이 무효라고 주장하며, 연월차수당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원고들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원고들은 피고를 상대로 종전 취업규칙에 따른 미지급 연월차휴가수당을 직접 청구할 수 있으므로 부당이득이 성립하지 않는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반면 2심은 “간부사원 취업규칙 중 연월차휴가 관련 부분은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는데,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않았고 사회통념상 합리성도 인정되지 않으므로 무효”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대법원은 이날 전합을 열고 “원심 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고 선고했다. 대법 전합은 “종전 판례의 태도에 따라 간부사원 취업규칙 중 연월차휴가 부분이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취업규칙 변경의 효력을 판단하였을 뿐, 노동조합의 부동의가 동의권 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해 판단하지 않은 원심 판결에는 법리오해 및 심리미진의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 11일 열린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재판장을 맡은 김명수(가운데)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착석해 있다. (사진 제공 = 대법원)

대법원은 특히 취업규칙이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되더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가 없다고 하여 효력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해 온 이른바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를 폐기했다.

종전 판례들이 따르던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는 강행규정인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의 명문 규정에 반하고, 헌법 정신과 근로기준법의 근본 취지, 근로조건의 노사대등결정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 대법원 설명이다.

대법원 전합은 “종전 판례가 들고 있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확정적이지 않고, 어느 정도에 이르러야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는지 당사자가 쉽게 알기 어렵다”면서 “이로 인해 취업규칙 변경의 효력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계속되어 법적 불안정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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