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완화' 없인 신사업 탈출구가 없다[빅블러 시대:K-금융의 한계①]

입력 2023-05-10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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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 산적·규제 완화 반발 여론 등
업계, 비금융 사업다각화 '가시밭길'

산업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블러(Big Blur)’ 시대에 금융기관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신사업으로의 진출이 필수적이다. 금융권은 꾸준히 사업 다각화를 위해 비금융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려고 계획을 세우지만, 규제 장벽에 막히기 일쑤다. 각종 규제를 철폐하는 데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공언한 윤석열 정부는 금융 규제의 ‘철옹성’으로 불리는 금산분리 완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속도는 한없이 더디다. 금융시장과 관련한 현안이 산적한 데다 관련 규제 완화에 대한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다. 그나마 ‘혁신 놀이터’라는 규제 샌드박스(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각 금융사들이 신사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지만 까다로운 규제로 인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금융기관이 신사업을 승인받은 사례는 총 238건으로 나타났다. 이 중 158건의 서비스가 시장에서 테스트 중이다.

하지만 규제 개선을 통해 정식 서비스로 이어가기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금융기관들은 시간·비용 문제, 관련 업권의 강력한 반대 등을 이유로 서비스 추진을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특히 올해 ‘이자 장사’에만 매몰돼 있다는 비난을 받는 은행권은 비금융 포트폴리오 강화가 시급한 상황이지만 각종 ‘규제 울타리’에 부딪혀 신사업 진출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결국 다시 예대마진(예금과 대출금리 차이)을 통해 돈을 벌 수밖에 없는 구조로 돌아가게 된다는 게 은행권의 하소연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금융산업에서도 BTS와 같은 글로벌 금융시장을 선도하는 플레이어가 출현할 수 있도록 새로운 장을 조성하겠다”며 과감한 규제 완화를 예고했다.

시장에서는 대체로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산분리 규제는 금융사의 신사업 진출을 막는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며 “대다수 금융권에서 올해 사업계획을 디지털 강화를 내세우고 있는데, 디지털·빅블러 시대에 맞게 제도도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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