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지옥’에 빠질라…‘빚투·은행 공포’ 복합위기 뒤덮은 증시

입력 2023-04-26 14:29수정 2023-04-26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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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투 20조 넘어…일평균 반대매매 1년 전보다 58% 증가
신용잔고율 10% 넘는 종목도 작년 말보다 2배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위기설…위험회피 강화·외인 투자금 유출 우려

▲코스피 지수와 신용공여 잔액 (금융투자협회)

국내 증시가 복합위기에 직면했다. 외국계 증권사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을 통해 매물이 쏟아진 8개 종목 가운데 대성홀딩스, 삼천리, 서울가스, 선광 등은 사흘째 하한가를 기록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양대 시장의 신용거래융자잔고(신용잔고)가 20조 원을 돌파하면서 증시 과열 경고등이 울리고 있다. 특히 최근 SG증권 발 사태까지 일어나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은 가운데 하락이 또 다른 하락을 부르는 ‘패닉셀’ 가능성까지 나온다.

서학개미는 은행공포에 다시 휩싸였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크레디트스위스(SC) 유동성 위기로 시작한 글로벌 은행 리스크는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을 계기로 다시 증시를 덮쳤다. 위험회피 심리가 짙어지면서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과 국내 증시 변동성 확대가 우려된다.

‘빚투’ 20조 원 넘었다…SG발 하락에 ‘패닉셀’ 가능성도

26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개인투자자가 빚을 내서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잔고는 20조4312억 원(24일 기준)으로 나타났다. 19일(20조1369억 원) 이후 4거래일 연속 20조 원을 웃돌며 줄곧 상승세다. 신용잔고가 20조 원을 넘어선 건 지난해 6월 이후 약 10개월 만이다. 최고치는 지난 2021년 9월 13일에 기록한 25조6540억 원이다.

개별 종목으로 살펴봐도 26일 기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신용잔고율이 10% 이상인 종목 수는 19개로 집계됐다. 종목별 신용잔고율을 보면 영풍제지가 16.17%로 가장 높았고 다올투자증권(14.66%), 세방(12.71%), 우리넷(12.49%), 선광(12.34%), 제주반도체(11.59%), 빅텍(11.25%), 다우데이타(11.20%) 등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9개에서 두 배 이상 늘어난 규모로 잠재적 폭탄을 안고 있는 셈이다.

전체 신용잔고 중 코스닥은 10조5630억 원을 차지하면서, 코스피(9조8688억 원)를 넘어섰다. 시총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코스닥 종목은 주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 이 때문에 SG증권발 하한가 사태처럼 주가 변동성이 높아질 경우 코스닥에 투자한 동학개미들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지난달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규모도 늘었다. 3월 일평균 반대매매 규모는 약 234억 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148억 원) 대비 58% 증가한 수치다. 올해 들어 1월(127억 원), 2월(120억 원), 3월(234억 원) 연속 증가세다. 이달 24일 기준으론 146억 원을 기록 중이지만, SG사태로 사흘간 증시가 급락세를 보여, 반대매매 규모는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신용잔고보다 신규금액 추이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신용융자 신규금액 추이를 보면 최근 20거래일 평균 기준 1조3000억 원으로 코로나19 당시 투자 열풍이 불었던 2020년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신용잔고가 급증하면서 KB증권, 키움증권, NH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융자 한도를 축소하고 있다. 신용비율이 높은 특정 종목에 대해선 신용거래를 중단하고 위탁증거금률 상향에 나섰다.

서학개미, 되살아난 은행 공포 어쩌나

은행 공포도 되살아 났다. 퍼스트리퍼블릭은 25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전 거래일 대비 49.37% 폭락한 8.10달러에 마감했다. 퍼스트리퍼블릭은 1분기 예금 보유액이 1045억 달러(약 140조 원)로, 작년 말보다 720억 달러(40.8%) 감소하면서 위기설에 휩싸였다.

문제는 국내 투자자들의 피해도 우려된다는 점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는 최근 두 달여간(3월1일~4월 25일)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주식을 약 9513만 달러(약 1271억 원)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 종목 중에서는 테슬라(3억1850만 달러) 다음으로 두 번째로 큰 규모다.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도 걱정이다. 또다시 은행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이와 유사한 사태가 벌어질 때마다 국내 금융시장이 극심한 변동성에 시달릴 가능성이 커진 탓이다. 코스피 지수는 SVB 사태가 벌어진 직후인 3월 13일 외국인 순매수로 소폭 상승(0.7%)했다가 이후 등락을 반복했다. SVB 사태 당시(3월 10~17일) KB금융(-2.5%), 신한지주(-3.5%), 우리금융지주(-1.9%) 등 대형은행의 주가 하락폭은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제주은행(-12.1%), DGB금융지주(-7.5%), JB금융지주(-9.5%) 등 지방은행의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당시 한국은행은 “SVB 사태로 글로벌 금융여건이 급변할 경우 금융시장 가격변수의 변동성 확대, 일부 금융기관에 대한 신용경계감 부각 및 취약부문의 잠재리스크 현실화 우려 등에 유의해야 한다”며 “위험회피 성향이 강화되고 글로벌 유동성이 축소되는 과정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출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퍼스트시티즌스의 SVB 인수, 미국 대형 은행의 양호한 실적 기록 등으로 은행 우려가 다소 완화된 상황에 퍼스트리퍼블릭의 예금 이탈은 은행업종에 대한 우려를 다시 확대시킬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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