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 상담원의 ‘뇌출혈’…대법 “업무상 재해”

입력 2023-04-25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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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개 넘는 무인주차장 전화문의에 응대한 상담원
大法 “업무강도 높고 과중한 업무에 종사했다 봐야”

콜센터 상담원의 ‘뇌 기저핵 출혈’ 즉 뇌출혈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감정노동을 하는 콜센터 상담 업무와 뇌출혈 발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 여지가 있음을 명시적으로 판단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뉴시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A 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대법원은 “원고의 근무 강도와 이로 인한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법원에 따르면 A 씨는 2018년 2월부터 콜센터시스템 운영 대행업체에 파견 고용돼 600개가 넘는 가맹업체의 무인주차장 관련 전화문의에 응대했다. 3교대 석간조로 일주일 평균 5일, 오후 2시부터 11시까지 근무했다. 저녁 식사 1시간을 제외하고는 휴게시간은 없었고 휴게장소도 없었다.

A 씨는 같은 해 9월 사업장 인근 식당에서 식사 중 우측 반신마비, 실어증 증세를 보이면서 ‘뇌 기저핵 출혈’ 진단을 받았다. 이에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요양을 청구했으나 요양 불승인 결정을 받았고,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까지 청구했지만 기각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에선 “원고에게 단기간 또는 만성적으로 과중한 업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A 씨가 모두 패소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원고가 ‘콜센터 상담원’으로 근무한 전체 기간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포함시켜 판단의 자료로 삼아야 한다”며 “근무 환경은 근로기준법 등 관련 규정이 준수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원고의 근무 강도를 가중시켜 이로 인한 육체적‧정신적 피로 및 스트레스가 적법한 근무환경에 비해 과도한 수준에 이르게 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원고는 이 사건 사업장에서 저녁식사 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근무했으므로, 근로기준법 제54조에 따라 근로시간 도중에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이 확보돼야 함에도 실제로는 휴게시간이 전혀 없었다”고 부연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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