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법 목적 공공성 확보 반영까지
"이자수익 적절한 규제 필요하지만
시장논리 어긋나…毒 작용 우려도"
“경영을 잘해서 수익을 많이 내도 욕을 먹고, 그렇다고 실적이 줄어들면 더 욕먹을 테고…. 은행이 공공의 적이 됐는데,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시중은행 관계자의 푸념)
은행권을 옥죄기 위한 법안 발의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고금리에 허덕이는 취약계층, 자영업자 등에 대한 책임론이 은행권의 ‘이자 장사’ 때문이라는 논란이 일면서 정부와 정치권이 각종 규제들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이미 코로나19 금융지원, 가계부채, 청년 실업, 정책 사업 등에 동원되면서 ‘동네북’ 신세로 전락한 은행들을 지나치게 옭아매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5일 국회 및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에 상정된 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총 11개에 달한다. 법안의 대부분은 은행의 규제를 강화해 과도한 수익을 거두면 사회적 책임을 더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골자다.
대표적으로 △은행이 예대금리차와 그에 따른 수익을 매년 2회 이상 금융위원회에 보고해 금리를 감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 마련 △은행의 공익적 활동을 확대하도록 하는 법적 근거 마련 △은행이 이용자에게 이자율 산정방식 및 산정 근거가 되는 담보·소득 등 중요한 정보나 자료를 제공·설명하도록 명시 △가산금리의 세부항목 공시 요구 등이다.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의원들만 살펴보더라도 여야에서 모두 법 개정을 통해 은행에 대한 규제 근거를 더해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날 정무위 법안소위에 상정된 은행법 개정안 11건 중 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이 6건, 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이 5건이다.
특히 국회 정무위 소속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은행법 개정안은 ‘은행법’의 목적 조항에 ‘은행의 공공성 확보’를 반영토록 했다. 김 의원은 “은행은 정부의 인가 없이는 수행할 수 없는 ‘신용 창출’의 특권이 있고, 경제활동의 핵심인 자금공급 기능을 담당하고 있어 공공적 성격이 강하다”고 주장했다. 은행의 수익을 어려운 자영업자,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에 ‘상생금융’의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아예 법으로 못 박아야 한다는 게 김 의원의 설명이다.
하지만 금융권은 김 의원의 법안을 비롯 대부분 상정돼 있는 법안들이 시장 경제 논리상 맞지 않다는 의견과 함께 지나친 규제가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나름대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충분히 노력하고 있고, 민간 기업인데도 자꾸 과도한 규제가 생기면 기업 경영에도 애로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다만, 공공성을 지닌 부분이 있는 만큼 어느 정도 규제 강화는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은행들이 금리 급등기에 막대한 수익을 거둔 것이 특별한 노력을 했다기 보다는 소비자들의 부담과 맞물려서 번 게 아니냐”면서 “소비자들이 금리 위험을 떠안으면서 생긴 문제이기 때문에 은행도 사회적 책임을 당연히 생각해봐야 하고, (정부도) 적절한 규제 마련 등을 논의해 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