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사고 곳곳 '시한폭탄'…특별법 약발 받을까

입력 2023-04-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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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사태가 계속 커지면서 정부와 여당이 특별법 제정을 추진한다. 임차인의 주거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효성 측면에서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대상이 경매에 넘어간 주택에 집중돼 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 피해 규모가 더 커지면 대응이 더욱 어려울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25일 본지 취재 결과 국민의힘과 정부, 대통령실은 전날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전세사기 대책 관련 당정협의회를 열고 임차 주택 낙찰 우선 매수권 부여와 낙찰 관련 세금 감면 등의 내용을 담은 특별법을 만든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 보면 피해자의 낙찰 여력이 부족할 경우 장기 저리 융자를 지원하고 임대로 계속 거주하길 원하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에서 해당 주택을 매입한 뒤 공공임대주택으로 제공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특별법과 관련해서는 지원 대상이 너무 한정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김남근 법무법인 위민 변호사는 "경매가 진행 중인 경우는 10%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 90%는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가구일 것"이라며 "경매 대상 이외의 세입자에 관한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개인들이 경매에 참여하고 낙찰받는 과정까지 혼자 소화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집단적으로 묶어서 할 수 있는 방안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나마 경매에 참여할 수 있는 경우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아무리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나오더라도 전세금을 이미 떼인 세입자가 매입에 나설 만큼 자금 여력을 확보하고 있을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전세사기 피해 규모가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특별법의 한계는 더욱 뚜렷하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인천 미추홀구를 비롯해 지금 나온 사례들은 드러났을 뿐 아주 특별한 경우라고 볼 수 없다"며 "지금보다 더 많은 피해자가 나오면 모두 같은 방식으로 지원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전국적으로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가구는 급증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보증사고 금액은 7974억 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 52% 증가한 수치다.

빌라 전세가격 하락 거래도 늘고 있다. 부동산R114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에서 올해 1분기 거래가 이뤄진 빌라의 55%는 종전보다 낮은 가격에 팔렸다. 불과 몇 달 사이에 보증금이 1억 원 넘게 떨어진 경우도 있다. 전셋값이 하락하면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주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지난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당ㆍ정 전세사기대책 협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주현 금융위원장, 박 정책위의장,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LH가 집을 대신 매입해 공공임대로 돌리는 것 역시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세입자가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보증금보다 높은 가격에 사야 하는 데 시세보다 더 비싸게 사는 것은 시장 논리에 맞지 않는다"며 "이런 사례가 늘어날수록 재정부담은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LH가 집을 사는 것 자체로 문제가 있는 데 이를 감수하고 시행하면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킨다는 주장이다.

엄정숙 법무법인 법도 변호사는 우선 매수권과 관련해 "없는 구제제도를 만들어 내면 경매에 참여하려던 다른 사람들의 기회를 빼앗게 되고 나아가 보이스피싱 등 다른 사회문제의 피해자들에 대한 형평성 논란도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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