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상향인 줄 알았는데” 에프앤가이드, 목표가 표기 혼선…보여지는 화면과 다르다?

입력 2023-04-24 10:36수정 2023-04-25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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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공개된 해당 증권사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의 리포트. 요약 화면에는 목표가 상향으로 표시돼 있지만, 리포트 본문에는 목표가 유지로 나와있다. (출처=에프앤가이드)

국내 대표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의 증권사 리포트 요약 기능이 제공되는 ‘10분 훑어보기(10 Minute Scan)’ 화면에서 목표주가 ‘상향’으로 표기된 종목 리포트가 실제 리포트 속 목표주가는 ‘유지’로 일치하지 않는 사례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무엇보다 해당 실수가 한 증권사 제약·바이오 연구원의 리포트에서만 반복돼 의도적인 표기 오류가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24일 에프앤가이드 공식 홈페이지 10분 스캔화면에 따르면 지난 20일 H증권사 모 제약·바이오 연구원의 동아에스티 리포트에 대한 ‘목표주가’ 칸에는 상향을 뜻하는 빨간색 글씨와 함께 위를 향하는 화살표가 그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 리포트 화면을 열어보면 해당 연구원이 작성한 종목 리포트의 목표주가는 ‘유지’로 기입돼 있다. 리포트 내용에서 제시한 목표주가도 기존 목표가와 동일하다.

해당 연구원의 목표주가 오기는 앞서 여러 차례 발생한 바 있다. 지난 14일 해당 연구원의 종근당 리포트는 요약화면에 빨간 글씨로 목표주가 12만 원 ‘상향’이라고 적혀있지만, 리포트 본문에는 ‘12만 원 유지’로 나와 있다.

지난 12일 공개된 국내 대표 바이오기업 셀트리온 리포트도 마찬가지다. 에프앤가이드 요약 화면에는 목표주가 ‘상향’이라고 제시하고 있지만, 리포트 본문에는 22만 원 ‘유지’라고 적혀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리포트가 공개된 이날 셀트리온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4.68%(8000원) 상승한 17만8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10분 훑어보기’ 화면은 기업명과 요약, 작성자, 투자의견, 목표주가 등 5가지 부분으로 구성된다. 증권사 종목 리포트는 통상 하루에만 200개 넘게 공개되며, 기업 실적 발표기간이면 500개가 넘게 쏟아진다. 이를 투자자들이 일일이 확인하기에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기 때문에 에프앤가이드에서 3줄가량 간략하게 요약해서 제공하고 있다.

이 가운데 투자자들이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지표는 ‘목표주가’다. 무수한 리포트 가운데 목표주가 ‘상향’을 제시하는 리포트는 20개 남짓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나머지 중 80%는 목표주가 ‘유지’, 그리고 나머지는 목표주가 ‘하향’ 또는 신규 제시되는 리포트가 차지한다. 목표가 상향 리포트가 투자자들의 눈에 띄기 쉬운 이유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매일 리포트를 하나하나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목표주가 화면만 빠르게 훑고 모미(모닝미팅, 아침 회의)에 들어갈 때가 많다”며 “10분 훑어보기 화면은 증권업계에서도 이용하지만, 특히 정유·화학, 건설 등 일반 기업체에서 유용하게 활용하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러한 오류가 목표주가 '상향'을 '유지' 또는 '하향'으로 오기하는 실수가 아닌 유지를 상향으로 오기하는 실수였다는 점이다. 투자자들이 해당 종목의 목표주가에 대해 기존 대비 기대감을 반영해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내 특정 연구원의 리포트에서만 같은 실수가 반복되는 점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불신이 커질 수 있는 대목이다.

해당 페이지를 관리 중인 에프앤가이드 데이터1팀은 “증권사 리포트들이 공개되면 1차적으로 내부 프로그램을 활용해 기업명과 작성자, 투자의견 등을 중심으로 추출을 하고, 마지막으로 사람이 한 번 더 확인해서 반영을 한다”며 “오류가 발생할 수 있어 두 번에 걸친 프로세스로 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본금변동 이벤트가 발생한 종목들은 수정계수를 산출해 데이터가 보정되기 때문에 목표주가 변동이 발생할 수 있다. 연말에 주식배당이 발생하면 목표주가는 배당락 시점에 발행한 수정계수에 의해 하향보정(주식 배당에 의한 주식 수 증가)된다”라고 설명했다. 수정계수는 주식 수 변화에 따른 비율을 말한다.

배당락이 발생하면 주식 수 변동에 따라 과거에 제시했던 목표주가가 에프앤가이드 측에는 상향 조정된 것으로 표기된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무상증자, 주식배당, 액면분할, 인적분할 등 주식 수에 변동을 주는 이벤트가 발생할 경우 과거 주가에 수정계수가 반영돼 주가데이터가 보정된다는 식이다.

그러나 리서치업계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한 증권사 전기전자 애널리스트는 “저희 하우스 내부에서도 리포트를 공개하고 있지만, 자체 집계하는 에프앤가이드를 활용해 리포트를 읽어보는 투자자들도 상당수 있다고 들었다”며 “기업분석 후 고민 끝에 ‘유지’로 목표주가가 나갔는데, ‘상향’으로 오기된 리포트가 더 주목받으면 속상할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대형사 애널리스트는 “본인 리포트가 나가고 주가가 얼마나 반응하느냐도 중요하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서 ‘매수’ 또는 ‘매도’ 리포트가 일으키는 반향도 무시할 수 없다”며 “특히 기업 분석하는 종목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는 같은 기업에 대해 다른 하우스가 제시한 목표주가도 의식할 수밖에 없다. 이런 실수가 나올 수 있다는 게 잘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증권사 리포트는 전문용어나 외래어로 작성되는 경우가 많아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낯설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상향’, ‘유지’, ‘하향’과 같은 목표주가 또는 투자의견 항목이 가장 쉽게 읽히고 더 중요하다”라며 “목표주가 상향 또는 하향 리포트가 나오면 관련 기사도 더 많이 나오고, 해당 리포트에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게 된다. 표기 오류는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나아가 금전적 손실까지 입힐 수 있는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에프앤가이드 측은 “데이터 전문업체로서 데이터 산출 로직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데이터 산출 과정의 복잡한 개념과 정보를 사전에 알기 어려운 일반 투자자들에게 일부 혼선을 줄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공감한다”며 “금융데이터서비스 시장의 대표 기업으로 앞으로 이같은 혼선을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해당 리포트를 작성한 애널리스트 측에 연락을 시도했으나, 입장은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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