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명예교수, 전 한국국제통상학회장
동맹 비참여국가들의 행보 또한 경제적인 실리 추구라는 점에서 참여국과 다를 바 없다. 이달 15일 자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슈퍼파워 분열에서 살아남기(How to survive a superpower split)”라는 선동적인 제목의 커버기사로 동맹 재편과정에서 ‘동맹 비참여그룹’ 25개 국가의 행동을 분석하여 게재하였다. 이 기사는 세계인구의 45%, 국내총생산(GDP)의 18%를 차지하고 있는 이들 25개 국가(인도, 사우디아라비아, 브라질, 터키 등 포함)가 국익을 위해 얼마나 실리 위주(pragmatic)의 전략적 행동을 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중립적 자세(터키), 미국과 러시아 양국 모두로부터의 무기 구입(인도) 등 위험 헤지행동을 하고, 경제적으로는 이익 확보를 위해 투자 확대, 교역장벽의 해소 등 경제협력 확대를 위해 동원 가능한 모든 노력을 하고 있다. 이들의 행동은 동맹 재편과정에서 참여국, 비참여국을 막론하고 경제가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상기한 메가트렌드 관련 산업으로 기후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전기차 배터리와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추진에 필요한 반도체 산업을 들 수 있다. 이들은 ‘경제안보’ 재화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산업이라는 점에서 동맹 재편과정에서 복잡한 셈법과 전략의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동맹 주도국인 미국이 반도체지원법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들고나와 중국 배제를 시도하고, 트럼프 시절 미국이 쇠락한 중서부지방 실업문제의 주범으로 중국을 지목하여 ‘중국 때리기’(China Bashing)를 시작한 이후 통신망에 백도어(backdoor)가 있다는 의혹으로 동맹국들에 5G 통신망에서 화웨이 제외를 요구한 사례 등은 이들 산업이 ‘경제안보재’라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이 국익 우선을 내세워 자국산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잠재적 위험국가로부터의 소재, 부품 공급에 대해 제한을 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들 산업에 대한 투자, 입지 및 산업 경쟁력 확보는 우리의 안보를 위해 중요한 사안이 된다. 대만에 “TSMC가 있어서 미국이 대만을 포기하지 못한다”는 말이 돌고 있다고 한다. 이들 산업이 경제재로서 국민 생활 수준의 향상뿐만 아니라 안보재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동맹 참여국, 비참여국의 행동을 참고하여 다음과 같은 전략적 행동이 필요하다. 첫째, 동맹이지만 경제문제에서는 비동맹국과 같은 실용적인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동맹에서 경제문제를 분리할 수 있는 능력 있는 통상외교가 요구된다. 둘째, 안보를 위해 동맹에 참여하지만 역으로 이들 산업에서의 경제적 성공이 안보를 보장해 줌을 인식하고, 국내에 경쟁력 있는 생산기반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국가적인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