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직원·기술 빼앗아...도마 위에 오른 애플의 ‘갑질’

▲독일 뮌헨 매장에 애플 로고가 붙어 있다. 뮌헨/AP뉴시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이 파트너십이나 기술 통합 목적으로 중소기업에 다가간 후, (그들의 기술을 빼내) 자체적으로 유사한 기능을 출시한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애플이 중소기업과 벌이는 특허 분쟁의 대부분은 애플 워치와 관련된 기술이다.

2018년 애플은 혈중 산소 측정 장치를 만드는 기업 ‘마시모’의 설립자 조 키아니에게 접근했다. 키아니는 당시 “회사 기술이 애플 워치에 완벽하게 적합하다”며 애플과의 파트너십에 들떠 있었다. 하지만 얼마 뒤 애플은 마시모의 엔지니어와 최고 의료책임자 등 핵심 직원들을 채용하기 시작했다. 키아니는 “애플이 급여를 두 배로 인상하겠다고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애플은 2019년 마시모와 유사한 센서에 대해 특허를 발표했다. 이듬해에는 혈중 산소 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시계를 출시했다.

키아니는 “애플이 한 회사에 관심을 보인다는 것은 ‘죽음의 키스’와도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흥분하게 된다. 그러나 (애플의) 장기적인 계획은 직접 해보고 모든 것을 가져가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고 덧붙였다. WSJ은 키아니를 비롯한 20여 명의 임원, 발명가, 투자자, 변호사를 만나 애플의 이러한 행동 패턴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우리는 기술을 훔치지 않고 다른 회사의 지적 재산을 존중한다”며 “오히려 다른 기업들이 애플을 모방하고 있다. 법정에서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애플은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고발한 기업들을 상대로 수백 개의 특허를 무효화하려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적재산권 조사기관인 파텍시아에 따르면 2012년 이후 특허 심판 및 항소위원회에 가장 많은 특허 무효화 소송을 제기한 회사는 애플이었다. 소송 관련 경영진과 변호사들은 “각 소송에 대한 방어 비용이 약 50만 달러(약 6억6200만 원)에 달하며, 이는 소규모 기술 기업에게는 큰 금액”이라고 지적했다.

안드레이 이안쿠 전 미국 특허청장은 “현재 특허 시스템이 대기업에 유리하게 기울어져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는 우연이 아니다. 정책이 수십 년간 누적된 결과”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