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스' 요금 인상은 공감…인상 시기는 논의조차 없어

입력 2023-04-2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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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가스요금 관련 산업계 민당정 간담회' 개최
내년 총선 영향 부담…여당, 한전·가스공사 자구책 촉구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기·가스 요금 관련 산업계 민·당·정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와 여당이 20일 만나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원칙에는 의견을 같이했지만 인상 폭과 시기는 여전히 결정하지 못했다. 지난달 31일 요금 인상을 잠정 보류할 당시 상황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공기업의 적자 해소를 위해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산업계의 주장에는 공감한다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섣불리 단행하고 싶지 않은 여권의 속내가 충돌하는 것이 문제다.

당정은 이날 국회에서 '전기·가스요금 관련 산업계 민당정 간담회'를 열어 전기·가스 요금 인상과 관련한 경제·산업계 의견을 청취하고, 요금 부담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결론은 도돌이표다.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의 적자 해소를 위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국민의힘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자구책 마련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올해도 한전의 적자가 5조 원 이상 발생할 경우 내년에는 한전법에 규정된 사채발행 한도 초과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전력구매대금과 기자재·공사대금 지급이 어려워져 전력산업 생태계 전반이 위태로워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한전의 설명이다.

가스공사 역시 요금 인상 불발 시 작년 말까지 누적된 8조6000억 원의 원료비 미수금이 올해 말 12조9000억 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여권은 공기업의 자구 노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요금 인상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내년 총선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인상 단행 시 올여름 냉방비에 이어 겨울철 난방비까지 '폭등' 현상을 초래할 수 있어, 이 경우 국민의 질타가 여당으로 향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날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한전만 해도 직원들이 가족 명의로 태양광 발전 사업을 하고, 한전공대에 수천억을 투입하고, 내부 비리 적발 자체 감사 결과를 은폐하고, 온갖 방만 경영과 부패로 적자만 키워놓고 어떠한 반성도 보이지 않는다"며 "국민에게 요금을 올려달라고 하기 전에 한전과 가스공사도 뼈를 깎는 구조조정 노력을 더 해달라고 수차례 촉구했지만 아직까지 응답이 없어서 개탄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도덕적 해이의 늪에 빠진 채 '요금 안 올려주면 다 같이 죽는다'는 식으로 국민을 겁박하는 여론몰이만 하고 있다"며 "정부와 에너지 당국은 도대체 뭘 하는 것이냐"라고 질책했다.

그는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한전과 가스공사도 그에 상응하는 구조조정 노력을 해야 국민도 어려운 상황을 이해하고 요금 인상 문제를 수용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전기·가스요금 주무 부처인 산업부는 인상에 적극적이지만, 국민의힘과 산업계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앞서 산업부는 당정 테이블에 전기요금의 경우 kWh당 10원 안팎으로 3∼4가지 인상안을, 가스요금의 경우 복수의 인상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산업부는 인상 요인에 당정이 공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상 여부를 조속히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날 간담회에서도 인상 시점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박 정책위의장은 전기·가스요금 인상 결정 시점에 대해서는 "여건의 문제"라며 "시점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여권 내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일정을 고려하면, 결국 인상 여부는 윤 대통령의 방미 후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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