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알맹이 없는 전세사기 대책

입력 2023-04-19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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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러서 가긴 갔는데 했는데 내용이 없습니다."

전세사기 대출 지원책 마련에 긴급회의에 참가한 금융권 관계자의 넋두리다. 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극단적 선택이 이어지면서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피해자는 실시간으로 나오고 있는데, 지원책은 턱없이 느려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이다.

두 달새 2030 청년 3명이 잇따라 숨진 인턴 미추홀구의 전세사기 피해 규모는 2500세대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중 60%는 임의경매에 넘어갔다.

전세사기 피해자 사망이 잇따르는 등 사태가 심각해지자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전세사기 피해 건물에 대한 경매 일정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의 지시가 떨어지자 금융권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윤 대통령 지시 당일 금융감독원은 은행연합회와 5대 시중은행 주요 임원들과 긴급 화상회의를 열었다.

갑작스런 호출에 은행권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사전조율 없이 회의를 열어 구체적인 지원방안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18일 오후 늦게 화상회의 결과를 토대로 대책을 내놨다. 은행권과 경매 유예 등을 논의하겠다가 전부였다.

금감원은 다음날 오전 보도참고 자료를 냈다. 금융권과 함께 전세 사기 피해자의 거주 주택에 대한 자율적 경매·매각 유예조치(6개월 이상)를 추진하겠다는 게 골자다.

전날 발표한 '전세사기 피해 관련 은행권 실무방안 논의' 후속조치 차원인데 구체적인 내용은 역시 빠졌다.

금융당국은 이날 오후 은행권 실무자들과 만나 또 한번 대책 마련을 고심한다.

전세대출 피해 대책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하면 지원책을 얼마나 속도감있게 진행하느냐가 관건이다. 여기에 대상을 어떻게 나눌것이고, 어떤 지원을 할지도 중요하다.

이미 국회에는 전세사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법안(민간임대주택 특별법 개정안,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법 개정안, 보증금반환법 등)이 디수 발의돼 있다.

뾰족한 대책 없는 보여주기식 긴급회의는 사양한다. 당장 보금자리를 잃은 피해자들은 사지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빠르게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가시적인 대책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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