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구조적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한 모두의 노력 필요

입력 2023-04-10 18:13수정 2023-06-04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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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이어트를 결심하고서도 눈앞의 햄버거나 잘 튀겨진 치킨 때문에 내일로 미루기 일쑤다. 열심히 운동한 후에도 에너지를 공급한다는 핑계로 탄수화물을 양껏 섭취하는 이들을 볼 수 있다. “운동했으니 이 정도는 먹어도 괜찮아”라는 자기 위로다. 1만~2만 원을 아끼기 위해 시내 반대편까지 걸어가서 할인마트를 이용하면서도 100~200만 원이 넘는 아이폰은 과감하게 ‘지르는’ 비합리적인 존재다.

개리 마커스 뉴욕대 심리학과 교수는 현명한 일상을 방해하는 인간 심리의 원인을 ‘클루지(kluge·서툴고 세련되지 않은 해결책)’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한국경제의 발전상도 어쩌면 ‘클루지’에 가까워 보인다.

실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가다운 규모의 나라 중 유일하게 선진국 진입을 앞둔 국가라는데 누구도 반기를 드는 사람은 없을 게다. 한국은 지난 반세기 동안 압축 성장과 민주화를 거치며 성장 신화를 써왔다. 지난 50년 새 국내총생산(GDP) 85배, 수출액 153배를 달성했다. 세계 시장 점유율도 1974년 세계 39위(0.53%)에서 2021년 7위(2.89%)로 크게 올랐다. 반도체(9.8%·4위), 조선(17.7%·2위), 자동차(5.3%·5위), 석유화학(9.9%·2위), 디스플레이(8.8%·3위), 철강(4.7%·4위) 등이 세계 무대에서 선전한 ‘1등 공신’으로 꼽힌다. 일자리는 1706만 개가 늘어 연평균 34만 개가 창출됐다.

앞으로도 과거와 같은 기적을 써 나갈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한국이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국제 학계에서도 한국 경제의 독특한 성장 과정에 주목한다. 일본 민간경제연구소인 니혼게이자이연구센터는 지난해 12월 일본의 1인당 명목 GDP가 올해 한국에 추월당할 것이라는 전망을 했다. 이 연구기관은 애초 2027년 역전을 예상한 바 있다. 격차도 갈수록 벌어질 것으로 봤다. ‘노동생산성’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은 2020년대 1인당 GDP를 약 5%포인트 끌어올렸지만, 일본은 2%포인트에 그쳤다.

하지만 한국 경제가 또다시 구조적 저성장의 벽을 극복하고 살아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인 것도 사실이다.

경제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안갯속에 갇혀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로 낮췄다. 세계 경제가 고물가 등 복합 위기의 충격을 딛고 소생의 기미를 보이지만 한국은 반도체 경기 둔화와 내수 불황, 부동산 시장 침체의 영향으로 경기가 계속 하강하고 있다는 점이 근거다. 한국이 세계 경제 회복세에 올라타지 못하고 힘없이 뒷걸음칠 것이라는 전망은 최근 국제통화기금(IMF)도 내놓은 바 있다. IMF는 1월 말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2.9%로 0.2%포인트 올렸지만, 한국 전망치는 2.0%에서 1.7%로 내렸다. 이대로 간다면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25년 만에 일본(1.7~1.8%)에 역전당할 가능성도 있다.

수출은 반도체 둔화에 발목이 잡혔다.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은 6000억 원이다. 이는 작년 1분기 영업이익 14조1214억 원 대비 96% 급감한 수준이다. 실적 부진의 주된 이유는 반도체 적자 폭 확대다.

가계부채와 소득 양극화로 얽힌 내수침체, 노령화에 따른 복지수요 충족, 사사건건 발목 잡는 정치와 그로 인한 정책 결정의 한계,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국내산업 역량, 수렁에 빠진 일자리 창출 등 구조적 문제에 대한 해결능력은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지금 세계는 코로나19 팬데믹 극복을 위해 이뤄진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바로잡는 각국의 격렬한 이해 조정이 한창이다. 고위험 고수익 투자 증가로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커진 상태에서 치솟는 물가를 잡는 동시에 낮아진 성장률을 끌어올려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는 한국 경제가 직면한 위험은 더 커졌다. 딱 맞는 대책이 없어도, 다소 부족해도 각자 최선을 다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는 사회 구성원 모두의 노력이 중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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