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2호기 원자력발전소(원전)가 8일 가동을 멈췄다. 1983년 4월 상업운전을 시작한 지 40년 만의 발전 중단이다. 멀쩡한 원전에 불이 꺼진 것은 운영허가 기간(40년) 만료 때문이라고 한다. 에너지 안보의 중추에 해당하는 원전 시설이 탈원전 폭주를 했던 전임 정부의 무책임 행정에 발목이 잡혀 기능이 정지된 것이다.
원전은 관련 법상 운영허가 만료 3~4년 전에 안전성 심사와 설비개선 등 계속운전(수명연장) 절차를 밟는다. 2019~2020년 무렵에 문재인 정부가 이 절차를 밟았다면 이번 같은 불상사는 피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는 해당 절차에 착수하지 않았고 결국 고리2호기는 작동 불능 상태가 됐다. 문재인 정부가 원한 바대로 된 것이다. 문 정부 특유의 탈원전 정책과 무관하다고 볼 국민이 있을지 의문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현 정부 들어 고리2호기 재가동에 속도를 냈다. 하지만 역부족이다. 적어도 2년여의 가동 중단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한다. 2025년 6월에나 발전을 재개할 수 있는 것이다. 고원가인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으로 고리2호기를 대체한다고 가정하면 연 1조5000억 원꼴로 전기 생산 비용이 늘어난다. 가동 중단 기간이 2년 이상이면 3조 원 이상이 더 든다는 뜻이다. 그러잖아도 전기료 인상 부하가 커지는 판국인데, 설상가상이다.
더 큰 문제도 있다. 운영허가 기간 만료를 이유로 가동을 멈출 원전이 앞으로 줄줄이 나온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 원전 25기 중 2030년까지 운영허가 만료를 앞둔 원전만 총 10기에 이른다. 에너지업계는 고리2호기를 시작으로 고리 3호기(2024년 9월), 고리 4호기(2025년 8월), 한빛 1호기(2025년 12월), 한빛 2호기(2026년 9월), 월성 2호기(2026년 11월)까지 총 6기가 가동을 멈추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지구촌을 이끄는 선진국은 대체로 탄소 중립 달성과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 원전 활용도를 높이는 경쟁을 하고 있다. 미국은 원전을 무공해 전력에 포함해 상업 원전 지원을 확대한 데 이어 노후원전 조기폐쇄 방지, 소형모듈원자로 개발 등을 진행하고 있다. 영국·프랑스·독일·일본 등도 신규원전 건설, 운전기한 연장 등을 추진 중이다. 설비 교체·기술 진보·운영 효율성 제고 등으로 원전의 안전도가 높아지고 실제 수명이 연장되고 있는 것도 세계적 추세다. 원전운영 가능기간도 미국은 80년, 일본은 60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40년 된 멀쩡한 원전의 문을 닫아걸지 못해 안달이다. 왜 우리나라만 거꾸로 달려야 하는지, 탈원전 세력에게 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