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키운 기술 하나, 열 신약 안 부럽네

입력 2023-04-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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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기술의 해외 이전에 성공한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파트너사의 임상 진전에 발맞춰 마일스톤을 수확하고 있다. 수익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글로벌 무대에서 연구·개발(R&D)기술력을 검증했단 점에서 K바이오의 저력을 확인시켰다.

4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바이오기업의 기술을 사들인 글로벌 제약사들이 상용화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우리 기업들은 개발 단계에 따른 마일스톤을 수령할 수 있게 됐다.

알테오젠은 이틀 연속 재조합 히알루로니다제 ‘ALT-B4’와 관련한 마일스톤 수령 소식을 알렸다. 이날 공시한 내용에 따르면 2019년 11월 글로벌 10대 제약사에 기술수출한 ALT-B4의 원천기술에 대한 마일스톤 300만 달러(약 39억 원)를 달성했다. 이 금액은 계약서에 따라 60일 이내에 파트너사로부터 받는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마일스톤은 제조 관련 우수 의약품 제조·관리 기준(GMP) 요건을 충족시킨 점을 확인해 인보이스를 발송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마일스톤은 알테오젠이 ALT-B4로 처음 맺은 기술수출 계약에 대한 성과다. 당시 파트너사는 알테오젠의 기술을 이용해 피하주사(SC)제형 의약품을 개발, 상용화하는 권리를 1조6190억 원 규모로 사들였다.

전날에는 SC 제형 변경 플랫폼 ‘하이브로자임(Hybrozyme™)’을 적용한 첫 번째 품목이 임상 3상에 진입하면서 1300만 달러(약 170억 원)의 마일스톤이 발생했다. 2020년 6월 체결한 4조7000억 원 빅딜의 일환이다.

계약에 따라 비공개로 유지되는 파트너사는 글로벌 제약사 머크로 추정된다. 머크는 지난 1월 31일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SC 제형 임상 3상을 미국과 대만에서 진행한다고 공개했다. 이에 따라 머크는 앞서 진행한 키트루다SC의 임상 1상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키트루다는 지난해에만 약 27조 원의 매출을 올린 글로벌 1위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머크는 5년 앞으로 다가온 키트루다의 미국·유럽 특허 만료를 앞두고 방어 전략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투약 편의성을 높인 SC제형을 개발해 점유율을 사수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선택한 카드가 알테오젠이다.

알테오젠은 2021년 인도의 인타스, 지난해 말 글로벌 제약사 산도스까지 총 4개 기업과 ALT-B4 관련 계약을 맺었다. 회사 관계자는 “파트너사의 개발 진척에 따라 연내 추가적인 마일스톤 수령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레고켐바이오는 중국 파트너사 포순제약이 ‘LCB14(HER2-ADC)’의 임상 3상을 개시하면서 마일스톤 350만 달러(약 46억 원)를 받을 예정이다. 2015년 8월 맺은 항체-약물 접합체(ADC) 분야 첫 기술수출 계약에서 비롯된 마일스톤이다. 당시 레고켐바이오는 LCB14의 중국 권리를 208억 원(로열티 별도)에 포순제약으로 이전했다.

포순제약은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로슈의 ‘캐사일라’와 LCB14의 효능을 비교한다. 이 밖에 위암, 대장암, 폐암 등의 적응증으로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LCB14의 중국과 한국을 제외한 글로벌 권리는 2021년 12월 영국 익수다테라퓨틱스에 1조1864억 원 규모로 이전됐다. 익수다는 올해 상반기 호주에서 LCB14의 임상 1a상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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