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제전망을 놓고 급격한 위기상황을 반영하지 않았다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다시 올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3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기 불안감의 실체와 대응'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경제전망은 '급격한' 위기상황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위기 불안감과 괴리가 있다고 봤다. 블룸버그의 '2023년 글로벌 경제전망 컨센서스'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기준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2.4%다. 미국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0.7%, 유로존 GDP 성장률은 0.4%, 한국 GDP 성장률은 1.5%로 예상했다.
올해 상반기 국내외 경기침체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하반기에는 완만하게나마 경기회복으로 전환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보고서는 이런 올해 경제전망은 2008년과 같은 급격한 위기상황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연초만 하더라도 유럽경제는 따뜻한 날씨와 높은 가스 재고량으로 침체 우려가 약화됐으며, 중국경제는 봉쇄조치 해제로 반등이 예상됐다. 미국 또한 양호한 고용과 소비가 지속되면서 경착륙·연착륙이 아닌 노랜딩 가능성도 언급되며 낙관적인 전망이 우세했다.
이후 지난달 유동성 관리 실패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이 폐쇄되고, 대형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가 UBS에 인수되면서 금융위기 그림자를 드리웠다.
정작 이코노미스트들이 예상한 경기침체 확률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교되는 높은 수준으로, 올해 언급된 경제전망과 다소 차이를 보인다.
보고서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위험요인이 존재할 수 있고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금융위기가 전개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위기의 글로벌 전염 여부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작은 부분에서 시작된 금융불안이 자산가격 변화, 정책대응 등에 따라 위기로 확산될 수 있어 금융위기는 '경로 의존적'이며 향후 1~2년간은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했다.
당장 2008년 이후 경험해보지 못한 고금리 환경이 지속되는 가운데, 급증한 부채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또한, 미·중 갈등과 글로벌 공급망 분절화, 자유무역주의 후퇴, 지정학적 위험 지속 등 대외 경제·금융환경 변화로 세계경제 취약성이 확대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했다.
보고서는 주택가격 하락폭 확대, 대형은행의 위기와 손실 확대, 국가 간 연결성 강화 등에 유의하며 위기 전염 가능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승훈 KB경영연구소 금융경제연구센터장(선임연구위원)은 "이번 금융위기가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을 것이며 금융의 본질은 위험을 감내하고 대가를 받는 것이란 점에서 위기 상황에서도 합리적 판단을 통해 이익 창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며 "반복되는 위기 상황 속에서도 과거 경험을 활용해 시장 변화를 해석하고 대응하는 과정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