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링 치는 데 수십만 원?…미국서 ‘다이내믹 프라이싱’ 도입 확산

입력 2023-03-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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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따라 탄력적 가격 책정
샌드위치 가격도 실시간 변동
“불투명·불공평하다 느낄 수도”

▲한 남성이 볼링을 치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탈루마에 사는 알렉스 예니(42)는 아내와 다섯 살 아들을 데리고 집 근처 볼링장을 방문할 계획이었다. 다른 가족과 함께 볼링을 치려 두 시간 동안 2개 레일을 예약하려 했다. 하지만 예약 사이트를 들어갔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가격이 무려 418.90달러(약 54만 원)였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최근 식당, 영화, 액티비티 등 다양한 일상 영역에 ‘다이내믹 프라이싱(가변적 가격 책정·Dynamic Pricing)’이 적용되고 있다. 다이내믹 프라이싱이란 가격을 고정하지 않고, 수요 등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변경하는 방식이다.

미국 일부 패스트푸드점에서는 샌드위치 가격이 시간과 수요에 따라 실시간으로 10~15% 정도 바뀌고 있다. 변동가격제는 체육관, 시립 골프장과 같은 일상적인 영역에까지 스며들었다.

볼링장 예약에 수십만 원이 책정된 것도 다이내믹 프라이싱의 결과다. 실제로 12월 마지막 주 목요일 오후에는 두 시간 동안 2개 레일의 볼링 요금이 400달러대지만, 2월의 경우 절반인 200달러대로 떨어진다. 겨울 방학이나 연말 연휴 기간에 손님이 더 많은 만큼 가격을 더 받겠다는 것이다.

해당 볼링 체인을 운영하는 회사의 재무 책임자(CFO)는 “요일과 시간을 기준으로 가격을 매기면, 수요에 맞는 가격 책정에 도움이 된다”며 “합리적인 대기 시간으로 소비자 만족을 극대화하고, 지불 의사가 있을 때 가격을 조정해 수익성을 극대화한다”고 설명했다.

기업은 변동가격제하에서 소프트웨어 알고리즘과 데이터를 활용해 수요, 경쟁, 날씨, 시간대, 소비자가 검색하는 기기 유형이나 장소에 따라 가격을 지속해서 조정할 수 있다.

생산능력의 잉여분을 소화하고, 수요를 재분배하며, 지불 의사가 있는 소비자에게 높은 요금을 부과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소비자로서는 수요가 적을 때 저렴한 가격에 재화나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다.

다만 특별히 시간적 제약이 있거나 공급이 부족하지 않은 부분까지 비싼 요금을 부과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게다가 소비자들은 정확한 금액 변동 요인을 알 수 없으므로 불만이 커질 수 있다.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의 한 주민은 “워터파크에 가려고 인터넷 리뷰 등을 통해 사전에 알아본 입장권 가격은 1장에 62~70달러였는데, 막상 예약하려고 하니 가격이 120달러로 뛰었다”며 “소비자들은 무엇 때문에 가격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건지 전혀 모른다”고 토로했다.

그렇다고 사업주에게 무조건 득이 되는 것도 아니다. 결제할 때마다 손님들에게 설명해야 해서 직원을 대상으로 추가 교육이 필요하다.

로버트 슘스키 다트머스대학교 교수는 “변동가격제를 어디까지 도입할 수 있을지 결정하는 것은 소비자들의 불만”이라며 “다이내믹 프라이싱은 매우 불투명하고, 불공평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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