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에서 감귤 나면 좋은 거 아니냐고?" 기후방송 라디오PD의 답은 달랐다

입력 2023-03-22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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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기후'를 집필한 OBS 라디오본부 노광준 PD (노광준 PD)
따뜻한 남쪽에서만 나는 줄 알았던 감귤이 50년 뒤에는 강원도 해안지역에서도 수확될 수 있다는 다소 낯선 예측이, 지난 해 다름 아닌 농촌진흥청에서 나왔다. 날씨가 계속해서 더워지기 때문이다.

신간 ‘오늘의 기후’를 집필한 노광준 OBS 라디오본부 PD는 “우리나라의 아열대 지역이 점차 늘어나 2070년대에는 81.7%가 된다”면서 “그때가 되면 감귤이 강원도 해안지역에서 나는 것 뿐만 아니라 사과는 백두산에서나 보게 될 수도 있다”고 당면한 문제를 짚는다. 지구온난화가 전례 없는 생태계 변화를 일으킬 거라는 경고다.

22일 노 PD는 이 같은 연쇄작용이 치명적인 먹거리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구온난화로 아열대 기후가 되면 감귤, 바나나를 맨날 먹고 커피 농사를 지을 수 있겠다고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직접 취재해본 결과 그렇지 않았다”면서 “(한반도 기후 특성상) 갑자기 한파가 와 싹 죽는 경우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노 PD는 “이는 안정적인 식량 공급과 먹거리 확보가 불안정해지는 시대를 의미하는 것”이라면서 기후 문제가 지속될수록 “우리가 예측할 수 없었던 또 다른 일이 벌어진다”고 우려했다.

더워진 날씨 때문에 생긴 문제는 최근 2~3년간 급격히 줄어든 ‘꿀벌 실종 사태’도 관련이 있다. 한여름 폭염에 스트레스를 받아 벌통에만 머물고 알을 낳지 않거나, 한겨울 때이른 봄기운에 꽃을 찾아 나섰다가 얼어 죽으면서 꿀벌 개체수가 줄었다. 한 해 3만 톤에 달했던 아카시아꿀 생산량도 2020년 2322톤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꿀이 사라지면 꿀만 못 먹는 게 아니다. 꽃가루를 옮기는 매개체인 꿀벌이 사라지면 화훼, 채소, 과일 농사도 덩달아 타격을 받는다. 생태계 교란의 연쇄작용이다.

▲'오늘의 기후' 책표지 (교보문고)

지금 필요한 건 이처럼 광범위하게 들이닥치는 기후 위기의 영향에 대응하는 훈련이다. 문제의 심각성을 확실히 인지하고, 머리를 모아 해결의 단서를 찾는 것이다. 노PD가 31일부터 OBS의 기후변화 전문 라디오 프로그램 ‘오늘의 기후’를 진행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노 PD는 “하루에만 국내 언론과 외신을 통해 적어도 3~4개의 기후위기 이슈가 쏟아져 나온다”면서 “특히 우리나라의 ’꿀벌 실종 사태’같은 경우 해당 지역의 상황을 파고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다뤄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무려 1시간 동안 기후와 관련된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재생 에너지 전문가, 기후와 관련된 미식을 소개하는 음식 전문가 등 다채로운 패널을 출연시킨다는 계획이다.

평범한 시민의 참여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영국에서는 시민들이 자기 지역에서 봄꽃이 언제 폈는지, 체리가 언제 수확됐는지 등을 직접 확인하고 사진으로 찍어 연구자들이 운영하는 플랫폼에 업로드한다”면서 “시민들의 모니터링으로 데이터 지도가 만들어지고, 전문가들이 그걸 분석해서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시민톡파원’ 제도를 운영할 예정이다.

사람들이 가장 손쉽게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 망설임 없이 “걷기를 추천한다”고 했다. 자동차 이용을 줄여 탄소배출량을 끌어내리는 것이다. 노PD는 “집에서 사무실까지 8km 정도 되는데 버스를 타면 환승 때문에 50분이 걸린다. 4km는 버스를 타고 4km를 걸어봤더니 똑같이 50분이 걸리더라”면서 “요즘 그렇게 출퇴근을 한다. 따로 운동할 필요도 없는 데다가 차 탈 땐 안 보이던 게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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