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이 실직 위험 높일 수 있어
세계화에 무너졌던 러스트벨트처럼
이젠 화이트칼라가 위험 대상
“당신의 업무, 인도의 누군가가 더 싸게 해줄 수 있어”
그러나 재택근무에는 숨겨진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다. 최근 워싱턴포스트(WP)는 재택근무로 인해 화이트칼라 근로자들이 ‘러스트벨트(미국의 쇠락한 제조업 지대)’ 공장 노동자들처럼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스트벨트가 생겨난 것은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하고 나서부터다. 저렴한 노동력을 기반으로 한 중국 공장들은 노스캐롤라이나주의 히코리, 미시간의 투펠로, 미주리의 스프링필드와 같은 미국 내 주요 제조업 지역 경제를 황폐화했다.
블루칼라가 겪었던 충격을 이제는 화이트칼라도 겪을 위기에 놓였다. 물론 재택근무가 제조업 혁명과 같은 사회적 격변을 일으킬지는 알 수 없다. 미국의 많은 경제학자는 여전히 자국 근로자들이 전 세계 수백만 명 인력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것으로 낙관한다.
그럼에도 임금이 치솟고 근로자가 부족한 현 상황에서 재택근무 붐으로 인해 디지털 전환과 분산된 인력 관리에 능숙해진 기업들이 해외 아웃소싱을 더 적극적으로 펼칠 수 있다고 WP는 짚었다. 세계화가 미국 등 선진국 제조업 일자리를 빼앗은 것처럼 재택근무를 환영했던 화이트칼라 근로자들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미 미국 내 많은 회사가 인력 채용에 있어 정규직 대신 계약직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급여정보 제공업체 구스토에 따르면 미국 계약직 임금은 2019년부터 올해 초 사이 56% 급증했다. 또 구스토에 가입된 기업 20만 곳 이상은 지난해 6월 기준 급여를 직원 1명당 평균 2차례 지급했다. 일부 산업에선 지급 횟수가 훨씬 많았다. 정규직이 아니어서 연내 지급 횟수도 늘어난 것이다.
구스토의 리즈 윌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은 매우 불안정한 시기였고, 많은 기업이 아주 짧은 시간 내에 전략을 바꿔야만 했다”며 “기업들은 과거 노동시장에서 얻을 수 없었던 기술과 능력이 필요했고, 그것이 계약직의 주요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기업과 공급사를 연결해주는 기업 쉐이프커넥트의 브라이언 지엘린스키 설립자는 “기업들은 인력 아웃소싱과 고용의 유연성을 모색하는 중”이라며 “2년 넘도록 겪은 전례 없는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고객사들은 정규 고용을 꺼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변화는 기업 실적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기업들이 기술 관리직을 아웃소싱에 맡기고 사업 운영을 클라우드로 전환하도록 지원하는 IT 기업 프레임워크에 따르면 회원사 매출은 팬데믹 이전보다 85% 증가했고 주문도 140% 넘게 불어났다.
한편에선 계약직 비중이 아무리 늘어도 기업이 외국 인력을 활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기업을 예로 들면 아시아와 같은 먼 지역보다는 비슷한 시차와 언어, 문화를 공유하는 캐나다 출신 정도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볼드윈 교수는 “급속한 기술 발전으로 인해 시차와 언어 장벽을 넘기가 점점 쉬워지고 있다”며 “장벽은 이미 무너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무디스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미국 기업은 전 세계인을 고용할 수 있고 그들은 그렇게 할 것”이라며 “기술이 향상하고 원격 작업을 중심으로 최적화한 회사들이 나오면서 이 같은 현상은 점점 더 보편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해외 인력)은 사무실이 아닌 원격근무 시스템을 중심으로 모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