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 주민증 사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전송…대법 “주민등록법 위반 아냐”

입력 2023-03-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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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파일, 형법상 ‘문서’에 해당하지 않아” 판례 법리

大法 “피고인이 다른 사람 명의 주민등록증에 관해 행사한 건 파일에 불과”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증 사진을 찍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전송했더라도 주민등록법 위반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미지 파일은 형법상 ‘문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현재의 판례 법리라는 이유에서다.

▲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뉴시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특수강도, 주민등록법 위반,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및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상)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A 씨에게 ‘주민등록법 위반’ 부분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을 확정한다고 14일 밝혔다.

법원과 검찰에 따르면 피고인 A 씨는 성매매 외국인 여성이 범죄 피해를 당해도 신고하지 못하는 사정을 악용해 이들을 상대로 금품을 강취하기로 마음먹었다. A 씨는 지난해 1월 28일께 손님으로 가장, 오피스텔 형태의 성매매 업소 번호로 전화를 걸어 업주와 통화하면서 ‘B’ 명의의 주민등록번호 사진을 전송하는 방법으로 예약했다.

피고인 A 씨는 태국 국적의 피해자 여성(39)을 만나자 미리 준비한 전기충격기로 위협 후 피해자 소유의 구찌 지갑, 스마트폰 등 시가합계 458만 원 상당의 재물을 강취했다.

이와 별도로 A 씨는 지난해 1월 15일 오전 7시 38분께 경기도 화성시청 인근 도로부터 약 20㎞ 구간을 혈중 알코올농도 0.169%의 술에 취한 상태로 테슬라 모델3 전기차를 운전하다 정상적인 직진신호에 따라 직진한 또 다른 피해자 남성 운전의 쏘나타 승용차 앞 범퍼 부분을 충격해 2주간 치료를 요하는 뇌진탕 등의 상해를 입게 했다.

(출처 = 이미지투데이)

재판에서는 검찰이 기소한 특수강도, 음주운전 및 위험운전치상 혐의를 법원도 그대로 인정하면서 다툼이 없었지만, 유독 주민등록법 위반죄 부분만을 재판부가 무죄로 판단하면서 이 부분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1심은 피고인 A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면서 주민등록법 위반 부분은 무죄로 판단했다. 2심은 오히려 형량을 높여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하면서도 여전히 주민등록법 위반 부분은 무죄라는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주민등록증 자체가 아니라 이를 촬영한 이미지 파일을 휴대전화로 전송해 보여주는 행위는 주민등록증의 특정된 용법에 따른 행사라고 볼 수 없어 상대방이 그릇된 신용을 형성할 위험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역시 “타인의 주민등록증을 촬영한 사진 파일은 형법상 문서에 관한 죄에서의 ‘문서’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취지에서 상고를 기각하며,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다른 사람 명의의 주민등록증에 관해 행사한 것은 그 파일에 불과하고,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신분 확인 과정에서 그에 더 나아가 주민등록증 자체를 어떤 형태로든 행사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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