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업체 성공스토리 지원하겠다”…군사도시 이미지 탈피

입력 2023-03-08 05:00수정 2023-03-08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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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바이오 심장을 가다] ③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

본지는 국내 대표 바이오클러스터를 직접 찾아 특장점과 경쟁력을 살피고, 현장 의견을 들었다. ‘K바이오 심장을 가다’ 기획을 통해 K바이오클러스터 글로벌 영향력 확대 방향과 발전 방안을 모색한다.
[K바이오 심장을 가다] 글싣는 순서
①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
② 오송바이오클러스터
③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
④ 송도바이오클러스터

강원도 원주는 과거 ‘군사도시’ 이미지가 강했던 곳이다. 이를 탈피하기 위해 산업 육성에 나섰고, 지역 대표산업으로 ‘의료기기’를 선택했다. 1997년 당시 정부가 추진한 테크노파크(지역 특성화를 위한 기업지원화사업)에서 탈락했다. 원주시는 중앙정부 도움 없이 해보자는 의지로 1998년 자체 예산을 활용해 661㎡ 규모의 의료기기창업보육센터를 설립했고, 10개 업체가 입주해 연구개발을 시작했다. 원주 의료기기산업 육성·발전의 시작이었다.

원주시는 사업화를 위해 생산기반이 필요하다고 판단, 원주의료기기산업기술단지도 세웠다. 공장부지를 매입해 임대형 공장으로 리모델링하고 창업에 성공한 기업이 이전해 올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 2003년 11월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를 설립하고 대한민국 최초 의료기기 특화 도시로 탈바꿈했다.

고속철도(KTX)가 정차하는 만종역이 들어서고, 여러 고속도로 건설로 교통 인프라가 향상됐다. 서울에서 원주까지 이동 시간은 이제 1시간 정도다. 만종역에서 차로 10분 거리의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는 25년간 국내 의료기기업체들의 성공스토리 완성을 함께 하고 있다.

작지만 강한 기업 배출…수요자 맞춤형 전주기 기업지원

강원도의 의료기기업체는 전국 대비 4.25%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기업들이 전국 의료기기 생산의 5.96%, 수출의 7.58%를 책임지고 있다. 양명배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 전략기획실장은 “기업 수는 적지만, 수출액이나 매출액, 고용 인원을 보면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라며 “최근 오송이나 대구 등에서도 의료기기 사업을 많이 육성하고 있지만, 중앙정부의 지원 없이 자생적으로 성장한 모델로써 원주가 리더 역할을 맡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주도 다른 바이오클러스터와 같이 산·학·연·병 유기적인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200여 개 이상의 의료기기제조업체와 디지털헬스케어 기업이 입주해 있고, 아시아에서 최초로 의학과 공학을 접목한 의공학부가 있는 연세대 원주캠퍼스 등을 통해 인력양성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또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공공기관과 함께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등 병원과의 협업도 가능하다.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는 예비 창업자부터 글로벌 강소기업까지 수요자 맞춤형 전주기 기업지원 서비스 ‘메디스트리(Medisty)’를 구축했다. 의료기기 선행기술에 대한 다각적 분석을 통한 아이디어 컨설팅, 현장수요를 반영한 디자인·설계 및 시제품 제작, 국제규격에 부합하는 시험 검사 및 인·허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마케팅 지원 등 일련의 과정을 원스톱으로 제공하고 있다.

특히 힘 쏟고 있는 분야는 해외 마케팅이다. 원주는 창업한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돕기 위해 지자체 중 가장 오래전부터 해외 전시회에 공동관을 운영하고 있다.

매년 중동에서 열리는 ‘아랍헬스(Arab health)’, 국내에서 개최되는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전시회(KIMES)’, 독일 ‘메디카(MEDICA)’ 등에 지역 의료기기업체들과 함께 참여하고 있다. 올해로 19회째를 맞이하는 강원의료기기전시회(GMES)’도 자체적으로 진행한다. 지난해 GMES에서 2858만 달러(약 370억 원)라는 수출 계약 성과를 보이며 단순 보여주기식 전시가 아닌 실속 있는 전시회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 전경 (사진제공=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

의료기기 기업의 요람으로 거듭나…입주 공간 확대 필요

의료기기 기업의 요람으로 거듭난 만큼 새 보금자리로 원주를 택하는 기업도 해마다 늘고 있다. 수도권에서 창업하고도 원주로 이전해 성장 스토리를 쓰는 기업도 적지 않다. 1996년 의료기기 사업에 뛰어든 송미희 현대메디텍 대표는 원주를 제2의 고향이라고 말한다.

송 대표는 “서울에서 사업을 시작했는데 볼펜 하나 지원받지 못했다. 2007년 원주로 사업장을 옮긴 뒤 너무 많은 도움을 받았다. 옮긴 지 10년 만에 70평 규모의 사무실에서 시작해 1550평 부지의 2층 공장을 설립하게 됐다. 매출도 작년에 10억 원을 넘겼다. 도움이 없었으면 주저앉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에서 원주 의료기기 사업 지원이 소홀한 것 같다. 중학교까지만 졸업시키고 고등학교부터는 알아서 하라는 수준”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송 대표는 “우리끼리 서로 도와가며 열심히 하고 있지만, 방치한다는 느낌이 든다. 원주의 의료기기 사업이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원주는 현재 입주 공간 부족으로 기업 유치를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25년 4월 준공을 목표로 총 24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친환경 디지털헬스케어산업 지원센터를 건립한다. 센터에는 관련 기업 입주 공간과 기업지원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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