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지분 확보에 실패했다. 이수만 전 총괄이 에스엠을 상대로 제기한 신주ㆍ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다. 하이브가 경영권 분쟁의 승기를 잡은 분위기지만, 아직 여러 변수가 남아있는 만큼 시장은 양측의 다음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제3자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에스엠 지분 9.05%를 취득하고 2대 주주로 올라서려던 카카오의 구상은 무너졌다. 이미 하이브가 지분 14.80%를 보유한 1대 주주인 만큼 카카오는 새로운 전략을 고민하게 됐다.
시장에서는 카카오가 ‘공개매수’ 카드를 꺼내 들 것이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간 경영권 분쟁에 대해 선을 그어왔던 카카오가 “기존 전략의 전면적 수정이 불가피하며 카카오와 긴밀히 협의해 필요한 모든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하겠다”며 입장을 선회했기 때문이다.
공개매수에 쓸 실탄도 충분하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 국부펀드로부터 1조2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고, 이 중 1차 투자금 8975억 원을 지난달 24일 받았다.
다만 현재 에스엠 주가가 12만 원을 웃도는 만큼 비용 부담이 커진다는 게 문제다. 공개매수 가격을 주당 13~15만 원으로 책정하고 지분 40%를 확보하려면 약 1조2400억 원에서 1조4300억 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하이브 사례처럼 주가가 공개매수 가격을 넘길 가능성도 있다.
하이브는 이수만 전 총괄에 매입한 지분 14.80%와 갤럭시아에스엠이 넘긴 0.98% 등을 확보하며 1대 주주 자리를 굳혔다. 여기에 이 전 총괄의 잔여 지분 3.65%, 공개매수에 참여했을 일부 물량 등을 포함하면 하이브의 지분율은 더욱 높아진다.
하이브는 이달 말 있을 에스엠 주주총회를 앞두고 의결권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하이브는 주주제안 캠페인 홈페이지 ‘SM 위드 하이브(SM with HYBE)’를 개설하고 소액주주들에게 의결권 위임을 호소하는 한편, 사내이사 후보자로 이재상 하이브 아메리카 대표, 정진수 하이브 최고법률책임자(CLO), 이진화 하이브 경영기획실장을 추천했다.
하이브의 공개매수 기간 에스엠 주식을 대거 매집했던 ‘기타법인’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타법인이 카카오의 ‘우군’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한 기타법인이 65만 주를 사들였고, 에스엠 주가는 최고가인 13만3600원까지 올랐다. 공개매수 마감일인 지난달 28일에도 기타법인이 66만6941주(2.80%)를 순매수하자 주가가 급등했다.
이에 하이브는 “시세를 조종해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강하게 의심된다”며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요구했고, 금감원은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도 “위법 요소가 있다면 법과 제도상 최대한 권한을 사용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